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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어머니와 꽃게탕

평산 2016. 10. 26. 16:20

 "저희 집으로 오셔도 좋고요,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밖에 나가면 뭐 먹을 거 있니? 돼지고기는 내가 사가마......"


 어쩌다 외식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께서 웬일이실까!

선뜻 집으로 오시겠다하시고 무슨 돼지고기를 사오겠다 하실까.

평소에 가시고 싶어 하셨던 만두집을 입에 올렸으나...

모처럼 아들집에 오시고 싶은 눈치셔서 남편이 쉬는 날로 오시라고 정했다.


 마늘이 비싸니 장아찌를 조금 담가 우리는 아껴 먹는데 가서 보면 그대로이고...

당신이 하신 음식도 맛을 봐서 별로라 생각되면 드시지 않는 편이라...

식구들 사이에선 까다로 우시다 소문났는데 망설이지 않고 식사하시러 오시겠다니...?


 그렇다고 부담은 갖지 않으려했다.

형편에 맞게 정성을 들이면 되는 것이지 체면을 생각한다거나 반찬만 늘어놨다고,

부모님에 대한 깊이를 나타낸다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치아가 시원찮으시니 오전에 가지나물과 호박전을 부치고...




 좋아하시는 꽃게탕을 해드리려고 멸치국물을 내고 당일에 신선한 재료들을 사왔다.

오자마자 모시조개는 삶아 해감이 남았을까 조심스럽게 따라서 멸치국물에 합쳤다.

덕분에 왕새우 한 팩 사보기는 生前 처음이었으며 내장을 빼라는데 한 마리를 해보니 형태가 흐트러져 그냥 사용하였다.

꽃게를 다듬을 때는 얇은 다리를 자르니 움찔해서 으~으~미안해 신음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신선함을 증명하는 것이지만 차라리 움직임이 없었으면 좋았을 걸 가슴이 아팠다.


 저녁을 먹을 것인데 오후 2시경 다듬어 놓았으니 이러다 신선함이 떨어지면 어쩌나...

커다란 그릇에 몽땅 담아 냉장고에 넣고는...




 무와 호박, 버섯 등 야채를 다듬어 썰었다.

일주일 전 청무와 돌산갓김치를 담갔으니 김치도 한참 맛있을 때라 햅쌀밥에 무엇을 더 할까?

시간이 남아 괜히 화분에 물을 주고, 저녁 설거지 후에 버리던 재활용도 미리 정리하고..

양말 두 켤레 꿰매고...앞뒤 베란다에 두리번두리번...신문도 여유 있는 척 읽고...^^


 5시가 넘어 꽃게탕을 끓이기 시작했다.

된장찌개에 꽃게 한 마리 넣은 적은 있어도 사실 꽃게탕 끓이기도 처음이었다.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 간장과 소금도 조금 넣어 간을 보고 맛있을까 액젓도 조금 넣었다.

한소끔 끓인 뒤 무를 넣고 게를 편안하게 모신(?)다음 새우, 오만디, 야채를 넣었는데 냄비에 꽉 차서,

조개는 껍데기를 버리고 살만 넣어 부글부글부글~~

왕밤콩을 넣은 밥은 치이~치이~ 김빠지는 소리를 내었다.


 맛있는 냄새였지만 어머님 오시기 전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 한번 시키고...

잘 익은 고추장아찌와 깻잎도 있었지만 말끔하게 상차림을 했더니 6시가 넘었을까 어머님이 오셨다.

꽃게탕 끓인 전골냄비가 커서 가운데에 놓질 못하고 국수그릇에 각자 덜어서 먹었다.

밥을 두 그릇 먹은 사람, 오만디(?)를 즐기는 사람, 어머님은 꽃게를 2마리 가까이 뜯으시며...

정신없이 먹느라 바닥에 흘린 것도 몰랐다 멋쩍어하시는데 맛있게 드시니 그저 고마웠다.

하도 배부르게 드셔서 과일을 내놓아도 못 드시겠단다.

남은 꽃게탕을 가시는 길에 싸드리니 다음날 잘 드셨다며 전화를 주셨다.


 "어머니, 꽃게탕 드시고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또 끓여드릴게요."

 "얘, 가까운 너희 집 다녀왔어도 허리가 아프더구나, 잘 먹었다."

자유롭게 움직이시지 못하는 어머니께서 왔다가셨으니 막내아들집이 궁금하시긴 하셨나보다!

스치는 생각이 있었지만 맛있게 드셨던 생각만 하자! 그러자!..^^*





2016년  10월  2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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