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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작고 알려지지 않은 마을을 다녀왔다.

주민들께서 스스로 오지라 하시는 충청남도 서천군 판교면 심동리로

장태봉산 남쪽 자락에 위치했으며, 동네 분들을 만나 맛있는

식사를 하고 여러 가지 체험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보통 여행이라 하면 里까지 오기가 쉽지 않은데

52가구에 120명 정도가 살고 있는 곳으로...

특산물로는 표고버섯과 들깨, 도토리 소곡주가 있었다.

행사장에 들어가니,

 

 

 일명 '꽃향마을'이라고도 불린다는데 

산골이지만 북쪽 장태산 자락에다 2001년부터 임도변에 심은

산벚꽃이 봄이면 활짝 피어 걷기대회를 매년 열 만큼

아름아름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밖에도 최봉골 , 양숙골 등 여름 피서에 안성맞춤인 계곡이

발달되었고 동구재란 고개가 있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100대 林道에 선정된 지역이며 山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라 

같은 이름의 경기도 판교와는 달리 조용하였다.

 

 

 도착하자 점심때여서 마을 분들이 준비해주신 비빔밥을 먹었다.

특산물이 표고인 만큼 끼니마다 표고가 나왔는데

방금 수확한 것이라 졸깃졸깃 식감이 좋았다.

 

 

 체험 중의 하나인 벼 베기가 있어서 논두렁으로 가는 길이다...ㅎㅎ

추수가 끝난 곳이 많았지만 억새가 피어 있고

물들어가는 나뭇잎에 누렁 들판이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시골에서 이런 모습을 보며 자라서일까,

어느 해인가는 가을 들판이 보고 싶어 몸살이 날 정도여서...

사진이라도 찍어 보여달라고 친구에게 이야기하여

해소한 적이 있는데... 

 

 

 올해는 따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가까이서 봤으니

황금들판 앓이가 소리 없이 지나갈 듯하다.^^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언제 벼를 수확해봤을까!

장갑을 끼고 오른손, 왼손잡이에 따라 낫잡는 법이 다르다는

말씀에 이어 나락 베기 시범이 있었는데,

 

 

 직접 해보니 쉽지 않았다...ㅎㅎ

 '싹둑' 힘들이지 않고 자르시는 반면, 같은 벼의 줄기라도

고기 힘줄처럼 질겨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

점점 벼를 잡고 낫을 대는 곳과 손 움직이는 속도가 생기며

'쓱' 자르는 맛이 느껴졌다.

 

 

 벼를 수확했으니 이번에는 탈곡을 해야 했는데

전통적인 수확 방법 두 가지가 있어서...

 

 

 하나는 벼 집단을 들고 뒤로 젖혔다가 도구에 훑는 방법으로

비교적 안전했으나 벼 이삭이 모조리 훑어지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남은 벼는 초가집을 이을때 참새가 먹겠지!...ㅎㅎ

 

 

 다른 하나는 탈곡기가 와롱와롱~~~♬ 소리 날 때까지

발을 구른 후 볏단을 납작하게 펴서 이리저리 돌리며...

볏알이 떨어지게 하는 방법이었는데 볏단이 앞으로

쏠리면 빨려 들어갈 수도 있어 조심스러웠으며

2인 1조가 되어 힘을 보태면 훨씬 능률적일 듯하였다.

 

 아버지께서 잠시 농사 지으셨을 때가 생각나

체험이 가장 하고 싶었다. 요즘처럼 커다란 돗자리를 펴고

논에서 직접 수확했으면 먼지가 덜 했을 테지만

그때는 쌀알이 소중했는지 마당에서 마루 쪽으로 천막을 치고

탈곡기로 수확하며 와룽와룽 소리에 정신이 없는 데다

먼지와 볏알은 튀어 날아다니지, 일하는 사람과 부엌에서

밥하는 아주머니들, 동생과 동네 아이들마저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참으로 심란했었다.^^

 

 

 장독대며 온 집안이 뿌옇다가 며칠 지나야 평온해졌는데

각종 심부름과 막걸리 받으러 다니던 기억이 새로웠다.

남은 지푸라기로 짚단을 묶는 방법을 배우며

몇 번 따라 하다 성공했으나 이 또한 쉽지 않았다.^^

 

 

 분명히 맵쌀 벼를 수확했건만 찹쌀로 떡을 만들었다...ㅎㅎ

완성될 무렵에 끼어들어 방망이를 똑바로 내리치고

싶었으나 자꾸 옆으로 비껴가 부끄러웠다.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닐 텐데 요령을 터득하지 못하고

이번에는 아로니아 가루를 넣어...

 

 

 자줏빛이 드러나는 인절미를 만들었는데 방금 점심을 먹고도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입가에 묻히며 엄청 먹었다.

 

 

 콩가루가 고소하며 달콤하더니

어느 사이에 팥고물로 바뀌어, 아고~~~ ㅎㅎ

 '색다르니 맛을 안 볼 수가 있나?'

소화도 시킬 겸 다음 체험을 준비하는 동안

동네를 산책한다 해서 다행이었다.^^*

 

 

 

 

 2017년  10월  3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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