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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山鞠 씨앗을 모아...

평산 2018. 3. 23. 12:31

 지난가을에 아주버니께서 山菊으로 주머니 세 개를 만들어 주셨다.

퇴직하셨으니 시간이 있으셨겠지만 여인도 아닌데 참 꼼꼼하게 해주셔서 ...

하나는 신발장에 넣었고 두 개는 책장에 세워놓았었다.

들국화 향기가 솔솔 나며 가끔은 잠자고 있어 흔들어주워야 냄새가 살아났다.


 봄이 되어 산책길에 씨앗을 뿌려주고 싶은 곳을 지나면,

한 곳에 모아서 들고 나와야 할 텐데 잊었다며 뉘우치기를 여러 번... ^^





 더 늦기 전에 날 잡아 주머니를 털었더니 제법 풍성하였다.

 '햐~~~ 이 정도면 많이 피어나겠는데?'


 앉아서 바싹 마른 꽃송이를 따자 늦가을 분위기에 젖어 귀찮다고 버리지 않길 잘했구나 싶었다.

아직은 추워 방문을 닫고 했는데 들국화 향기에 슬며시 행복해지더니 어느 순간...

너무 향기가 짙어지며 보이지 않는 먼지가 날리는지 코가 답답하고 몽롱해졌다.

 '아휴~~~ 좋은 향기도 넘치면 그렇구나!...ㅎㅎ...'

어서 끝내자며 꼬투리를 따서 비닐에 담아 현관 앞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가방을 챙겨 둘레길을 돌다가 그곳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이따금 지나는데 나쁜 일이 아니건만 비닐 꺼내기가 어색했다.

원래 산국이 잘 자라고 있던 곳으로 이년 전쯤 베어버리고 조팝나무와 작살나무를 심었는데,

하늘거리는 국화 줄기가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낮은 산과 오솔길로 어우러진 반면에...

다 자라서 뻣뻣한 나무들을 양쪽에 1m 높이로 싹둑 잘라놓으니 돌을 쌓은 것처럼 딱딱하며 눈에 거슬렸었다.

노란빛을 발하며 작은 꽃송이들이 예쁜 가을임을 알려주었는데 왜 돈을 들였을까.

山에 예쁜 장미를 심어 놓는다고 어울리는 것이 아님을 모르나?


 심어놓은 나무들 옆으로 공터가 이어져 꽃송이를 흩뿌리는데 어떤 여인이 말을 걸어왔다.

나이가 들어 눈도 귀도 어두운 개를 산책시키러 나왔다는 그녀는

자기도 무엇인가 심으려고 꽃밭을 일구었다며 씨앗을 조금만 달라고 했다.

한 줌 쥐여주자 그냥 흩뿌려도 되는 것이냐 들고 있던 지팡이로 땅을 길게 파 주었다.

봄비가 제법 오고 잠깐이라도 눈이 내려서 흙은 촉촉하며 물을 주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 

야생화라 그냥 솔솔 뿌려도 해를 거듭하면서 스스로 뿌리가 단단해지지만...

땅을 파고 심으면 처음부터 자리를 잘 잡아 힘 있게 나올 것이다. 


 산국 씨앗은 눈에 보일 둥 말 둥 작고 검은색을 띠는데...

줄기를 제거하고 얼마나 쏟아졌는지 꽃잎을 들췄을 때 예전보다 덜 보여 만족스럽진 않았다.

나 혼자 뿌렸으면 새싹이 나오지 않더라도 씨가 여물지 않았나보다 위로 삼겠지만,

그녀와 나누었으니 씨앗마다 뿌리를 내려 방긋방긋 돋았으면 좋겠다.



 



  2018년   3월   2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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