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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 오너라~~~!"

근사한 솟을 대문이 휴일인데도 문을 열었다.

신문을 읽다 걷는 여정이 마음에 들어 신청하였는데 해설사가 동행하여...

2시간쯤 걸으며 역사 공부에 주변의 볼거리도 둘러보는 시간이었다.




 이 집은 서울시 중구 장교동에 있던 조선 후기의 양반가옥으로 1890년경에 지어졌다.

을사늑약의 체결에 반대하여 파직당한 한규설(1848~ 1930) 대감이 살았던 집이다.

1980년 도시개발로 소유주가 국민대학교에 기증하여 현재 대학교 옆으로 옮겨졌다는데...

'명원민속관(茗園民俗館)'으로 새롭게 이름 지어 전통 다도의 보급과 학생들의 생활교육관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대문과 중문을 지나자 듬직한 사랑채가 나왔다.

화창했던 날이라 사랑방 들문을 열어 방과 마루가 트여서 더욱 넓었으며...

마루에 있던 문조차 모조리 열어놓아 시원하였다.




 사랑방은 찻상이 개인마다 놓여있었고 말끔하였다.

주말이나 공휴일은 개방하지 않고 방학 때는 내부 정비를 위해 휴관한다니 참조하시고,

입장은 무료이며 茶를 팔고 있지 않으니 좋은 사람과 차 한 잔 챙겨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정갈한 안채의 모습으로 나무의 색 자체가 어쩌면 이렇게 편안함을 줄까나!

사랑채도 그랬지만 모든 공간이 앞뒤 마당으로 연결되어 막힘이 없었다.

며느리나 어린 자녀가 함께 생활하였던 공간으로 마루 양쪽에 방이 있었는데,




 이곳 역시 茶 마시는 茶器들이 놓여있었다.

안방은 특히 개인적인 공간으로 출산, 임종 등 중요한 일이 이루어진 곳이라는데...

학교에서는 1982년부터 다도 강좌를 '교양과목'으로 개설하였다니 특별하게 생각되었다.

환경이나 교육방침에 따라 그 학교만의 정서가 있어 훌륭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었다.




 ㄱ자형의 안채 뒤편으로 부엌이 있었으며 앞 뒤로 가는 나무를 세운 환기창이 인상적이었다.

아궁이를 보니 밥을 옹기종기 앉아서 먹다 엄마가 나에게 누룽지 긁어오라던 기억이 떠올랐다.

방을 나와 마루를 지나고 토방을 지나 부엌으로 들어가서 김이 푸시시 흘러나오는 까만 솥뚜껑을 두 손으로 열고

커다란 주걱(주걱 길이가 50cm)으로 박박 문지른 다음 숭늉을 누룽지와 함께 떠서 들고 오면?

형제들이 많아 맛있는 반찬은 이미 동나던 그 시절이여~~~ ♬~~~ ㅎㅎ

부뚜막 옆으로 시할머니로부터 나에게 전해진 똑같은 그림의 항아리가 보여서 반가웠다.




 부엌 앞마당에는 모과나무가 여기저기 서있었고....

장독대가 반짝반짝 빛났으며 60칸 규모의 격조 있는 한옥에 걸맞게 뒷문이 나있었다.




 '명운다회'란 곳은 별채라 하며 대학교 茶 동아리가 쓰는 방이라 해서 놀랐다.

보통 동아리방들은 지저분한데 이런 한갓진 곳에서 맑은 茶 마시다 보면 수양이 저절로 되지 않을까!

피 끓는 나이에 정적인 곳이라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風流를 아는 者들이 오리라! 

일반적으로 별채는 결혼 전 딸이 기거했다고 한다.




  뒤편으로 학교와 중앙의 별채와 사랑채의 옆을 지나자...




 뒷문과 똑같은 문이 나왔는데 사랑채 구경할 때 발견하지 못했던 곳으로 밖이 예사롭지 않더니,



 

경사진 밑으로 연못(?)이 보이며 정자가 놓여있었다.

 '어허~~~ 좋을 씨구~~~♬'

이런 곳이 나타나다니...?

 



 다가가자 정자 뒤편으로 초당 한 칸이 더해져 눈이 호강했는데...

전통차의 보급과 휴식을 위한 장소로 茶聖 '초의 선사'가 기거하던 해남 일지암과 유사하게 만들었단다.

어쩐지~~~ 어디서 본 듯 눈에 익숙한 초가집이라 했다...^^




 '녹야정(綠若亭)'은 물이 맑지 않아 유감이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보다 훨씬 운치 있었다.

사랑채와 안채가 있는 집이 아니라도 이런 정자가 가까우면 좋겠네!




 황금빛 잉어가 여유로움을 더해주며...

복잡한 서울이라도 이런 한가로움과 멋스러움을 만나는 서울은 알 수 없는 곳이 되기도 하였다.

2 시간의 나들이 예정 중 집 구경에 한 시간이 흘렀다니 믿을 수 없었다.





 2018년  5월  2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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