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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자주 만나 뵈니 채소를 가져다주셔서 맛있게 먹는다.
친정에는 많이 가는 것 같아도 일 년에 6번 정도여서
기르시는 채소가 남으면 주변 식당에 주시고...
사시는 곳 이웃들 문고리에 걸어두신다는데,
요번에는 병원 식구들과 여러 차례 나누어 먹었다.
무엇이든 귀한 곳이라 스티로폼 접시 하나로도 만족스럽고...
나무젓가락이 귀함도 느껴보았다.
된장 한 수저 나눔도 얼마나 행복하던지...ㅎㅎ...
특히나 아버지께서는 '오빠, 상추 맛있어요!' 소릴 들으시고 즐거워하셨다.
다리가 불편한 환자들이어서 입맛은 살아있는 50~ 60대 분들로 여성들만 있는 방 아닌가!
비슷비슷한 병원 식사에 갓 수확한 상추가 싱그러운 변화를 주었던 것이다.
쑥갓 한 줄기 더하고 된장 한 방울에 입이 꽉 차도록 오물오물 씹으며
씁쓸한 약 넘길 때와는 달리 보약이라도 먹는 듯 음미하는 모습이었다.
집으로 가져온 근대는 된장국은 물론 라면 끓일 때 넣어도 순한 맛이 우러났으며,
솎은 배추는 겉절이를 하여 꿀 두 방울 넣었더니 근사했다.
상추가 많아서 고민 되면 한 소쿠리 씻어 멸치액젓 두 수저 넣고 간장 양념에 버무렸는데
솎은 상추를 좋아하는 어릴 적 옆집 동무가 생각나기도 했다.
엄마가 걷기운동으로 재활병원에 계시는 동안은 아버지와 앞으로도 자주 만나 뵙게 되어
상추나 근대, 대파 등등 싱그런 채소들 얻어먹게 생겼는데,
어떻게 값으로 따질 수 있으랴, 그저 감사할 일이다.
2019년 5월 22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