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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그 밤에 애먹인 딸!

평산 2019. 6. 23. 15:43




 엄마에게 향하는 길은 꼭 소풍 가는 것 같다.

기차에서 내리니 하얀 구름에 버드나무가 싱그러워 흥얼흥얼 콧바람이 흘러나왔다.

동네를 떠나는 건 한 달에 2~3번쯤 있는 일인데 병원에 계신 후 일주일에 두 번은 자고 온다.


 처음 재활병원에서 자게 된 날, 물탱크를 청소한다며 저녁을 4시 30분에 먹는다 했다.

점심을 먹은 지 금방이라 배가 고프지 않아도 아침까지 긴 시간을 생각해서 식사를 마쳤다.

저녁 6시부터 12시간 동안 물이 나오지 않는다니 쓰레기통마다 물을 채우고 수건을 빨고 양치하고

낮잠을 잔 것이 언제였나 자리에 누우니 좁은 침상이지만 노곤노곤 편안하였다.

 '일찍 밥 먹고 자는 것도 좋구나!...ㅎㅎ...'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7시 30분이다.

아고~~~~~~~~~~~~~~~~~~~~~~~~~~~~~ ?

이제 뭘 하나!


 불도 꺼지고 물도 나오질 않고 자리마다 커튼을 치고 코 고는 소리에 모두 잠자는 시간이라

할 일이 없어 다시 눈 감기를 반복하다 9시 30분쯤 답답하여 화장실도 다녀올 겸 살짝 나왔다.

간호사실과 긴 복도를 지나 엄마와 낮에 들렀던 휴게실에 가보니 이곳 또한 캄캄했지만

역 주변과 기찻길 건너편으로 낮은 불빛들이 보기 좋았다.


 집에서는 보통 12시 넘어 잤으니까 다시 간다고 해도 멀뚱하고 있을 터여서

체조나 하고 가자며 평상에서 주변의 불빛으로 20분 정도 움직이다 돌아갔는데???

커튼이 걷혀 있었고 움직일 때 쓰시는 워커가 가지런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무엇을 찾으시는지 두리번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셨다.

 "안 주무셨어요?"

 "어디 갔다 왔어, 엄마 애 먹이고?"


 나가는 것은 봤는데 오지 않자 누가 데려가기라도 했나 싶었단다.

걱정이 걱정을 낳아 아버지께도 간호사에게도 딸 없어졌다고 신고하셔서,

연이어 전화가 오고 바꿔 달라 하시고 엄마가 딸 때문에 주무시질 않으니 얼른 오라며

확인을 하고 주위 분들은 주무시다 말고 두런두런...^^


 주무시는 줄 알았으니 말씀드릴 무엇도 없었다.

화장실 간 김에 잠이 올 것 같질 않아 휴게실 들렀다 체조나 하자 했는데,

엄마는 30 동안 끝없는 소설을 쓰셨던 것이다.

 "슬리퍼 신고 어딜 가겠어요, 어서 주무세요."


 짧은 시간 많은 걱정을 하신 탓에 쉽게 진정되지 않으신 듯 한동안 앉아 계셨는데

주위에 방해될까 봐 이러저러 설명을 할 수도 없어 이불을 덮고 누웠다.

 '자고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에 체조한다고 헝클어진 머리의 여인을 누가 데려갈까?'

 '에구~~~~  걱정도 팔자시지, 당신 새끼라고...ㅎㅎㅎ...'

일찍 밥 먹고 그 밤에 말썽만 일으킨 딸이 되고 말았다.





 2019년   6월  2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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