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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복덩이런가!

평산 2021. 8. 9. 10:09

 

 노총각인 남동생에게 문자를 넣었다.

 '시간이 점점 빨라지더라!'

 '무조건 재미나게 보내길 바라!'

 '누나, 나 요즘 행복하게 지내...ㅎㅎ"

그래서 말이나마 긍정적으로 하는가 했다.

 

 며칠이 지나자 웃으면서 전화가 왔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

 "만날 시간 없다더니 정말이야?"

 

 이 아이가 6학년 때 학교를 마치면 

대문 앞에 여학생들이 몰려와 씨름을 했었다.

 "누구 나와라! 호호 하하"

하도 시끄러워 마루에서 내려다보며 웃곤 했는데

그중에 한 여학생이라니 반갑기도 했다. 

 

 강원도를 다니며 그것도 휴게소에 들러 잠깐

물 한 병 사서 내려오는데 그녀가 먼저 알아봤단다.

그동안 얼굴이 바뀌었을 텐데 어렸을 적 기억으로 

알아보다니 정말 인연은 있는가 싶다.

 

 휴가철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려는데 둘 만 가면

분위기가 서먹하다며 같이 가 달라는 연락이 오고 

처음 만나는 그녀는 엄마가 살림을 못하고 계심을 알고 

닭죽을 끓여온다고 해서 손님이니 안된다는 의견과

에어컨이 없어 집에서는 덥겠네 등등

여러 의견들 때문에 옥신각신하다...

 

 에어컨을 부리나케 달고...

양보 없는 닭죽은 끓여오는 것으로 만남을 가졌다.

이 더위에 나라면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만

사랑의 힘이 컸음을 새삼 느꼈다 할까?

 

 약재를 넣어 닭과 전복을 삶고 고기를 뜯어

겉절이와 찹쌀밥을 넉넉히 해 솥단지째 싣고 온 그녀!

덕분에 말복을 앞두고 땀 흘리며 몸보신을 하고

온 가족이 모일 수 없음에 섭섭했었다.

 

 오늘 아침에는 갓김치를 담갔다며

부모님께 보내드리고 싶다 주소를 물어보는데...

시간이 더 지나야 알겠지만 싹싹한 모습이 예쁘고

복덩이가 들어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늦게 만났으니 더욱 행복하길 바란다.

 

 

 

 

   2021년  8월  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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