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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우연히 종로 3가에서 ...

평산 2022. 5. 27. 22:02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하려고 종로 3가

역에서 후배와 내렸는데 어떤 남자분이 문자를

보여주면서 "5번 출구는 어떻게 나가요?"

길을 묻는다. 사연을 읽어 보니 지하철 5번

출구로 나와 낙원상가 근처의 식당이 목적지였다.

 

 그래서 '나가는 곳, 5번'을 라가시면

된다고 알려드렸는데 계속 멈칫하셔서...

밀양고 모임이라니, 지방에서 오셨나?

그렇다면 종로 3가가 환승역으로 복잡하니까

후배에게 시간 있으면 급할 게 없으니

찾아드리자며 5번 출구로 향하는데...

 

 이동하면서 당신은 모 대기업의 이사셨다가

뇌출혈이 와 일찍 퇴직하셨다며 눈이 잘 보이지

않고, 한쪽 다리가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그러고 보니  말이 좀 어눌하셨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더 주려고 그랬나...

딸이 다니는 회사와 아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대충

들려주시는데 공부들을 잘 한 모양이었다.

핸드폰만 들여다봤다가 아저씨 얼굴을

바라보니 이마에 '성실'이라고 쓰여 있었으며

그만하면 잘 생기시고 인상이 좋은 중년이셨다.

 

 5번 출구까지 알려주고는 돌아서려고 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정류장과 점점 멀어짐)

그런데 마침 공사 중이라 3번이나 4번 출구를

이용하라고 쓰여있어서 설명을 드렸는데

영 이해가 가지 않는 눈치다. 몇 번 설명해 드리다

후배에게 다시 한번 급하지 않으면 약속 장소를

찾아드리자고 마음을 모아 일단 3번 출구로

나가서 5번 출구를 찾다가 뒤를 돌아봤더니

아저씨가 보이지 않았다.

 

 '이곳부터는 혼자 찾아가실 수 있었을까?'

그러셨을지 모르지만 개운치 않아서 다시

3번 출구로 되돌아갔는데 많은 사람들

속에서 허둥지둥하는 아저씨가 보였다.

순간 딱한 마음이 들어 아는 척으로 등을 똑똑

두드렸더니 아이처럼 반가워하셨다.^^

 

 앞만 보고 가시다 갑자기 눈이 시원찮아서

우리를 놓쳤다며 헤어지지 않을 것처럼

살짝 내 옷을 잡아당기시는데 또 잊어버릴까

그러시려니 이해가 갔다. 다시 문자를

보여달라며 지도에서의 건물을 찾아보고

낙원상가 밑을 지나 골목골목을 기웃거릴 때

아저씨가 먼저 지도상의 약국을 발견하였다.

 

 "그렇다면, 다음 골목 같아요...ㅎㅎ"

정말 그다음 골목에 솔표(?)였나 음식점이 있었다.

찾았다고 셋이서 한바탕 미소 지은 뒤...

이제 들어가세요! 하며 헤어지려는데

아저씨 얼굴에 여러 감정이 혼합하여 섞여있었다.

 

 고등학교 친구들 만날 기쁨과...

약속 장소를 찾아서 안도하는 마음,

밖에 나오려면 이렇게 어렵구나의 새삼스러움

찾아줘서 고마운데 어쩌나의 마음들이 말이다. 

 

 이때가 오후 5시쯤으로 날이 덥고 복잡한

시내라 상쾌함은 없었지만 짠한 마음과 함께

착한 일을 했다며 기분 좋게 돌아왔는데

한편으로는 복을 짓게 해 준 사람이

아저씨셔서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2022년 5월 2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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