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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테르의 슬픔이 무엇일까 궁금하였다.

젊은이라 했지만 읽는 내내 늙은이로 보이기도 했다.

지극히 감성적이고 자연애찬가이며 책을 통해서였든

이미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지식인으로 

성격이 예민했다고 할까! 

 

 언어의 예술사 같기도 해서 어쩌면 이런 글귀들을

생각했을지 괴테가 25살에 썼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로테의 집을 방문하면서

처음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일찍이 엄마가 돌아가실 때

많은 동생들을 장녀인 로테에게 부탁하셨기 때문에 

따뜻하게 동생들을 보살피는 모습을 시작으로

베르테르가 관심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로테는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어서 베르테르는

그를 부러워하며 친구처럼 방문을 자유롭게 한 편이고 

로테의 동생들도 잘 따라서 분위기가 밝았다.

 

 실제로 괴테는 친구 부인인 로테를 좋아했단다. 

그 경험으로 소설을 썼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인 L 그룹 또한 소설에서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비추어진 이름에서 비롯되었다니 놀랍기도 했다.

 

 로테의 어떤 점이 사랑스러운지 구체적으로 

나열된 문구는 보이지 않아 막연하게 동생들을

잘 이끄는 모습, 밥 하는 사람이야 있었지만

살림을 꾸려나가는 책임감? 1700년대가 배경이니까

이기주의보다는 이웃들에게 친절히 대하는 모습,

젊은 처자로서 아름다운 자태, 고운 미소... 등등

별다른 점 없이 평범하게 여겨졌으니 말이다.

 

 베르테르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것은 많으나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모든 것을 집어삼켜버리며

아무리 가진 것이 많더라도 그녀 없이는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간다고 친구 빌헬름에게 고백한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존재가 눈앞에 아른거리니 수백 번

그녀의 목을 끌어안으려 했지만 손을 뻗쳐 잡아서는

안 되는 안타까운 심정을 하느님만이 아실 거라며

그녀의 손과 입술이 오고 간 무엇이든 소중하게 여긴다.

 

 로테도 어느 순간 베르테르의 그런 마음을 눈치챘다.

처음부터 그가 오는 것을 싫어하지도 않았다. 

부모님이 짝지어준 약혼자지만 성실한 사람이어서 

여자친구를 소개해줘 베르테르를 가까운 곳에서

함께 지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녀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사고 능력도 없어지며, 자연을 감상할 흥취도 사라지고

책은 더구나 진절머리가 난다며 변화를 주고 싶어

당분간 그녀를 떠나기도 하지만 적응(?) 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었고 소식도 없이 그녀가 결혼했다는

사실에 서운해하기도 한다.

 

 로테의 남편이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기회다 싶어 

기쁜 마음으로 방문했다가 어느 날 사랑하는 감정이

치솟아 안고 입맞춤을 하게 되는데 로테는 이 일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서 말을 해야 하나 안절부절에

당분간 집에는 오지 말라고 다소 강한 말을 하게 되는데

남편도 둘 사이에서 불편함을 느끼긴 하지만 선뜻 

이렇다 말을 못 하던 중 베르테르가 여행을 다녀오겠다며

총을 빌려달라고 해서 의심 없이 남편은 로테에게

건네주라고 하나 로테는 마음속 예감이 있어 몹시 떨렸고

급기야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알베르트

앞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바보 같으니...... '

 베르테르의 슬픔은 결국 로테와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그가 정말로 사랑했다면 차라리 멀리멀리 여행을 

떠나서 어디에선가 잘 살겠지, 자신의 죽음이 로테에게

전해지지 않을 거리였으면 좋았을 것을, 하물며 그녀가

건네준 총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그녀가 사는 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묻히다니 얼마나 그녀에게 커다란

괴로움을 주고 떠난 것인지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죽을만큼 사랑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이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해 보는 것도 

아무에게나 오는 기회는 아니라는데 베르테르의

입장에서 본다면 짧게 살았으나 목숨을 버릴 만큼

사랑했으니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그의 운명이 여기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선한 영혼을 가진 분들이시여,

베르테르와 똑같은 충동을 느낀다면

그의 슬픔에서 위안을 얻으십시오'

 

 자식을 가진 부모들이 괴테 너부터 죽으라고

아우성을 치자 젊은이들이 베르테르처럼 자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괴테가 한 말이란다.

소설과는 다른 결론이어서 심히 다행스러웠다.

 

 

 

 

  2024년  3월  2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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