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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도는 아직 연둣빛 봄이었다.

용감한 친구 덕분에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길 찾기를 해보면 2시간으로 나왔지만 거의 3시간이 

걸려 강화대교와 석모대교를 건너 보문사에 도착하였다.

 

 왕복 6시간이 걸린 당일 여행이라 다른 곳은

못 들렸어도 오며 가며 밀린 이야기에 시원한 바다를

접하고 연초록 맑은 공기로 상쾌한 여행이었다.

 

 절로 오르는 길에는 나물이나 곡식을 파는 

상인들이 보였고 조금 더 걸어가자 일주문이 나타났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에 회정대사가 창건하였으며

관세음보살이 상주한다는 산의 이름을 따서

낙가산(落伽山) 보문사(普門寺)로 지었단다. 

 

 들어가는 입구의 나무들이 수려하였고

 

 절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이자 무엇보다

400년 된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절의 중심건물인 극락보전부터 들렀다.

관세음보살에게 간절하게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우리나라 해상 관음성지 중 한 곳이 이곳 석모도 보문사로 

예전에 왔던 기억이 없어서 기쁘기도 했다.

아마 강화도 전등사만 들러서 갔었나 보다.^^

 

 마애석불좌상이 유명한 곳이라 자리를 옮기며

 "말하지 말고 소원을 생각하며 천천히 올라가!"

 

 사실 초파일이 가까워서 온 것은 아니었고

강화도의 고인돌이나 고려성지, 초지진, 덕진진 등은

답사를 다녀온 적이 있어서 어디든 따라나섰으며

겸사겸사 만족스러웠다. 

 

 마애불 눈썹바위가 꽤나 높아 보였는데 

계단이 가파른 편이라 말하지 말라니 말은 못 했지만 

오르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겠다 싶었다.

 (어떤 사람이 계단을 세어보니 421개였다함)

 '한~~ 15분쯤 걸렸을까?'

 

 눈썹바위 앞에 황금등이 매달려있었다.

그 밑으로 은 등으로 등값이 당연히 달랐다.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인간의 심리를 매달은 듯

간절하며 정성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싶지만

물질적인 힘이 있어야 기도가 잘 되는 것인가!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이다.

처음에는 서계신 줄 알았는데 좌상이어서 

다시 살펴보았다. 금강산 표훈사 주지스님과 보문사

주지스님이 1928년 낙가산 중턱의 암벽에 조각했다 하며

손에는 정병(세속의 모든 번뇌와 마귀를 씻어주는 

깨끗한 물을 담은 병)을 들고 계시다니 사진을 

확대하고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석불좌상에서 뒤돌아서면 바로 서해바다가 보여

멋진 풍경에 감동을 듬뿍 받았다. 바다 구경을 먼저 하고

싶어도 꾹꾹 참고 부처님께 절하고서야 바라보았다.

 

 남쪽으로 눈길을 돌리니 바다로 뻗은 물길이 

휘돌아 낙가산 숲과 어우러져 가슴이 시원하였다.

내려오는 중간에 잠시 앉아 물 좀 마시고...

  

 정갈한 절마당 모습을 내려다보다...

 

 이런 모습도 오랜만에 볼거리였다.

이름난 절은 걸린 등도 어마어마했다.

층계참이 높은 듯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

 

 땅에 닿았더니 스님들 공부하는 곳이어서

조용하라는데 뒤편의 낙가산은 이제 막 피어나는

새싹들로 숲이 반짝거리며 파란 하늘과 기와가 

근사하게 어울렸다. 이런 풍경 좋고 말고!

 

 범종, 법고, 운판, 목어가 있던 곳을 지나

동굴 안에 불상들을 모셔놓은 석실도 돌아보았고,

 

 한편에 놓인 맷돌 또한 보기 좋았어라!

 

 와불전에 들어가자 부처님만 눈에 들어왔다.

와아~~~ 소리는 낼 수 없어 입과 눈만 동그랬는데

촬영이 안 되는 곳이라니, 모르고...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올려본다. 개인적으로 제일 놀랍고 멋스러운 

곳이었으며 부처님 뒤로 공간이 있어 탑돌이처럼

천천히 세 바퀴를 돌았다. 

 

 진신사리가 봉안된 탑을 중앙에 두고

오백나한이 감싸는 형상의 오백나한상이다.

이곳은 천명이 앉을 정도의 길이 10m 폭 5m가 되는 

천인대란 커다란 바위가 있어서 법회 때 설법하는

장소로도 사용되었다는데 오백나한이 있는 이곳과

오른쪽에 있던 와불전이 천인대에 조성된 것이다.

 

 참고하자면 나한이란 부처님의 제자로 아라한의 약칭이며

부처님의 제자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대개 실존인물들로, 해탈하여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 존자를 말하였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용왕전으로 바다가 가까워 

고기 잡으러 가는 어부가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비는 

장소였는데 여의주를 사이에 두고 두 마리의 황금용이 

연둣빛 낙가산과 어우러져 찬란하게 빛이 났다.

 

 먼 길 운전해 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다들 무엇인가 챙겨왔어도 과일과 쑥절편 등

간식을 준비한 친구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아직 봄이 한창인 강화도 여행은 시간이 거꾸로인 듯 

연둣빛만 봐도 신선했으며 오랜만에 절구경도 좋았다.

만나면 기분 좋은 친구들과 행복한 나들이였다.

 

 

 

 

   2024년  5월  1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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