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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수욕장에는 텐트 친 사람들도 있어서

짐을 얌전하고 안전하게 안으로 들여 좋겠다란

생각이 지나며 우리야 나그네니까 설령 물이 들어와도

젖지 않을 높이에 모아 두고는 아주 자유로운

마음으로 갯벌로 향하였다. 

 

 3시간 전만 해도 물이 가득 찼던 곳이 이렇게

멀리 빠졌으니 우주의 신비를 뭐라고 해야 하나!

서쪽으로 해는 기울어지며 갯벌이 은빛으로 빛나고  

파도가 지난 모래에 골무늬가 생겨 걸을 때마다

울퉁불퉁 시원한 마사지를 해주었다.

 

 지형이 낮은 곳인가!

물이 덜 빠진 곳은 산에서 내려온 민물과 합쳐져 

바다 쪽으로 흘러가는 모습이었고 한낮에 더운 열기로 

데워진 물이 따스하여 갯벌이 건조하다 싶으면 

물속을 걸으며 부드러움을 느꼈다.

 

 푹푹 빠지는 잿빛 갯벌이 아니라 곱고 단단한 모래로

이루어져 어렵지 않게 저 멀리 물 빠져나간 자리까지

(왕복 2km는 됐음) 천천히 음미하며 다녀올 수 있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 뜻깊고 재밌었다...ㅎㅎ

 

 도착하자마자 출렁이는 파도와 함께 걸었던

해상 탐방로와 호룡곡산 정상이 바라다보이고

사람들은 허리 숙여 무엇을 잡기도 하더라만...

  

 물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갯지렁이들이 오고 갔는지 

(실제로 보이기도 하여 화들짝 놀람) 곡선들이 마구

엉키고 작은 동그라미들은 쪼그만 게 들이 집을 지으며

흙을 나른 모습으로 무엇이 발아래 있다 생각하면

겁나서 촉감이나 느끼며 즐기려 하였다.

 

 발을 움직일 때마다 작은 게 들은 놀라 쏙쏙 집으로

들어갔는데 이 아이는 조금 컸다고 간이 부었는지

제법 모양을 갖춘 모습에 아는 척을 해보았다.

 

 갯벌의 맨발 걷기를 누린 후 수돗가에서 발을 씻고

말리던 중에 산 위에서 만난 부부와 소담스럽게 핀

조팝나무 곁에서 만나자는 소식이 있었다. 기온이 낮아 

이제야 핀 모습으로 제비꼬리처럼 피는 동네와는 달리

몽글몽글 수국처럼 펴서 선뜻 조팝으로 보이지 않았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물 빠져나간 갯벌을 걷고 갈길이

멀어 집으로 향하는 것이었는데 친절하신 부부께서

실미도에 데려다주셨다. 모래벌이 무의도이고 가느다랗게 

양쪽 바다 사이로 이어진 앞쪽의 섬이 실미도였으니

마침 물이 빠져나가 건널 수 있었을까?

 

 물에 잠겼을 때의 실미도를 못 봐서 실감은 나지 

않았지만 이곳까지 보고 갈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가까이 갔더니 실미도로 들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넓었으며 마을 사람들이 굴을 캐고 있었다.

 

 주위에 별다른 시설은 없었고 온통 굴밭이었는데

입장료를 받아 의외였고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미 해양 탐방길이나 산길을 걸어서

의욕상실에 모퉁이까지만 갔다 왔는데 아쉬움은 남았다.

옆으로 서있는 막대에 파래가 걸쳐 있고 땅이 젖어있는

것을 보면 물이 빠져나간 모습이긴 하다.^^ 

 

 우리가 서있는 곳은 실미도에서 바다 건너에

2020년에 개통했다는 무의대교가 보였다.

왼쪽의 영종도와 오른쪽의 무의도로 이어진 후로

왔다 갔다 하던 배는 없어졌으며 무의도의

부속섬 중 하나가 실미도란다.

 

 모르던 부분을 아저씨께서 설명해 주시고,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으면 함께 하자 말씀하셔서 

너무 고마웠으며 소무의도에 데려다주신 다니

와우와우~~~♬

 

 하지만 속마음을 이야기하자면 밥시간이 다가와

언제 집에 가려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나라도 더 보고

가는 것은 좋지만 모처럼 멀리 와(버스와 지하철을 합쳐 

4번 타고 무의도에 왔음) 밥 걱정을 하다니 별 수 없는

주부로, 이곳 소무의도도 다리로 연결되었고...

 

 바다 누리길과 해수욕장이 있어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작은 섬이니까 다시 와봐야겠다며

 

 다리를 건너는데 저녁때가 됐다고 바닷바람이 

얼마나 세던지 정신이 없을 정도여서 되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허나 그녀는 10년 전쯤 이곳에 왔던 추억이

남아 있다며 앞서서 움직이니  따라갈 수밖에...ㅎㅎ

 

 작은 어촌이었을 이곳이야말로 오지(?)였다가

다리 연결로 낚시터와 관광지로 많은 변화가 있는 듯,

시간이 늦어 산을 넘진 못했지만 마을로 이어진 언덕에서

건너편을 구경하고 카페에 들어갔는데 茶값이 서울보다

비싸서 놀랍기도 했다. 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아 그럴까나?

여유 있게 걸어 구경하려면 이곳 또한 

반나절은 필요한 곳이었다.

 

 소무의도로 데려다주신 후 부부와 잠시 헤어졌다가

찻집에서 얼마나 이야기에 집중했는지 죄송스럽게도

전화가 여러 번 온 것을 몰랐지 뭔가!

 

 집에는 늦겠다고 소식 전하고 섬을 나오며 탐스런 

아이리스를 만나 화려하면서도 고운 자태를 끝으로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기다려주시고 서울 모

동네까지 태워주신 그분들께 감사드리며 여정에 없던   

실미도와 소무의도까지 맛보고 왔음은 귀인을

만났음일까 알찬 하루가 되었다.^^

 

 

 

  2024년  5월  2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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