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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파인애플

평산 2024. 7. 9. 19:06

 계산하러 가는 중에 파인애플을 발견하였다.

보통은 먹기 좋게 잘라 파는 모습이거나

잎이 달려 있어 위풍당당한 모습인데

오늘은 '알뜰 파인애플'이라 해서 간단히

몸통만 커다란 주머니에 가득 담겨 있었다.

 

 잘라먹기 어려워선지 관심 있는 사람이 없었지만,

과일을 좋아하는 나는 천도복숭아를 샀으면서 

무거워 어찌 들고 가려고 금덩어리를 발견한 듯 

다가가 모양을 살폈는데 아주 싱싱했다.

 

  '맛이 어떨지 모르니 하나만 살까?'

  '하나면 서운해, 무겁더라도 들고 가자.'

 

 

 시장바구니가 두 개였어서 적당이 나눴어도 

파인애플 두 개가 들어가자 무겁긴 했는데

밖으로 나오니 후두둑 비가 내려 걸음을 서둘렀다.

우산이 있었어도 무거워 어찌 들었을까?

 

 숙성시키려고 바구니에 복숭아와 파인애플을

담아놓고는 붉은색과 푸릇푸릇 노랑빛이 어울려

보기 좋았고 향기가 은은하게 나서 부자가 된 듯

오며 가며 먹을 생각에 풍요로웠다.

 

 하나 조금 있으니 냄새를 맡고 초파리들이 달려들어 

맛있는 즙을 먼저 빨아먹는단 생각에 커다란 비닐로

바구니를 씌우고는 서둘러 익으면 어쩌나 걱정이면서도 

파리를 물리친 것 같아 으쓱하였다.

 

 습한 날씨에 썩을 수도 있어서

비닐을 걷을까 하다 가느다란 바늘을 가져와  

숨 쉬라고 콕콕 찔러줬는데 익은 냄새가 솔솔 나며

초파리는 못 들어갈 거야 자신했어도 향이 좋으니

근처에서 윙윙 입맛들을 다셨다.

 

 "껍질을 어떻게 벗기려고 사 왔어?"

 "보통은 6000원이 넘는데 2000원이 못 되거든!"

 "그러니까 무거워도 당연히 사 와야지!"

 "껍질은 벗겨봤으니 생각날 거야!"

 

 바구니에서 이틀이 지나자 이제 익었겠지 싶어

도마와 칼을 준비하고 해체작업에 들어갔는데 

우선 양끝을 자르고 세로로 사등분 한 다음 가운데

심을 잘라내고 포를 뜨는 것처럼 돌려서 과육을 잘랐다.

 

 '햐~~~ 저 빛깔을 보라!'

파인애플 과육 사이사이에 꿀이 들어있질 않나!

참지 못하고 한 조각 입속으로 넣었더니 

달콤함과 시원한 즙이 입안에 꽉 차 2개만 

사 온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2024년  7월  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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