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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강낭콩빵과 수박

평산 2024. 7. 23. 00:05

 올해 수확한 강낭콩으로 밥에는 딱 한번 넣었고 

나머지는 냉동에 올려 상하지 않게 먹으려고 했다.

냉장고에 넣으면 싹이 트기도 하고 오래가질 못하기

때문인데 콩밥을 싫어하는 누가 있어서 눈치 보느니

수확한 콩을 몽땅 넣어 빵을 만들어보기로 하였다.

 

 밀가루 400g에 이스트 4g과 설탕 소금을 적당량 넣고 

계란 1개와 물을 약 250cc 넣어 묽게 반죽을 한 후

따뜻하게 2시간 정도 수건으로 덮어주었다. 반죽이 

부풀어 오르며 숙성되었을 때 강낭콩이 생콩이어서  

당연히 잘 익을 줄 알고 반죽을 끝냈었다.  

 

 그동안은 말린 콩으로나 해봐서 물에 불린 후  

올리고당이나 조청을 넣고 달달하게 졸여서 넣었는데

생콩은 그 자체로 포근포근한 식감에 담백한 맛이

있을 것이라 그냥 넣었더니 너무 믿었나 싶었다.^^

 

 압력밥솥에서 밥을 할 때는 일단 압력이 있고 익히는

시간이 길어 콩이 포근하게 익었지만 찜기에 올린

밀가루는 15분 정도 지나 젓가락에 묻어나는 게 없어

다 익었겠다 꺼냈더니 콩이 설컹한 듯...?

 

 푹 익지 않았다는 느낌이어서 수확 시에 이미

꼬투리가 달린 채로 말라서 그런가! 물에 불렸다 했거나

기존처럼 콩만 따로 달달하게 졸여서 사용할 것을

후회가 남았었다. 그렇다고 맛없는 것은 아니어서

뜨끈한 것을 손으로 잘라 세 조각을 먹고도 입에서는

더 달라지만 옆구리 살을 생각해 꾹 참고는...

데워먹는다며 냉장고에 넣은 지 하루가 지났다.

 

  외출했다 돌아와 씻고 밥 준비를 하려는데

벨이 울려서 이 시간에 누구일까 나가 보니 옆집

아주머니께서 커다란 수박 반쪽을 먹을 사람이 없다며

주시는 게 아닌가! 반쪽 수박이긴 했지만 웬만한 수박

한 통보다도 컸으며 순간에 드는 생각은...

 '먹을 사람이 없으시다니 과일을 세상에나!!!

수박은 비싸서라도 참고 있는데 어째 이런 일이?'

 

 그럼 무엇이라도 답례로 드리고 싶은데 뭐가 없을까?

 '옳지, 어제 만든 강낭콩빵이나 드려야겠구나!'

생각만 앞서서 칼로 반듯하게 자르지도 않고 듬성듬성

손으로 잘라 종이호일에 싸인 볼 품 없었던 것을 

비닐봉지에 넣어 건네드리고는 부끄럽기도 했다.

수박과 견주어 한참 모자른다는 생각이었다.

 

 저녁 할 생각에 서두르다가 물도 못 마셨던 터라

수박을 보자 별안간 갈증이 솟아 수저를 들고 덤볐다.

냉장고에 있었던 것을 주셨으니 얼마나 시원했는지!

 '이게 무슨 호사냐며... ㅎㅎ'

 

 가스불 위에서는 가지를 찐다, 깻다발을 다듬어 삶느라

손이 바쁘며 불 앞이라 열이 계속 오르던 차에 수박을

맛있는 부분만 파먹으면 안 되니까 식탁 위에 도마를 놓고

자르며 그릇에 담으며 입으로 마구 먹었더니 가시지 않던

갈증과 더위가 비로소 멈춰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아주머니, 맛있는 수박 주말 내내 잘 먹었습니다.'

 '달콤 시원하며 꿀맛이었어요!'

 

 

 

 

   2024년 7월  2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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