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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30분쯤 도착하여 아버지는 일하고 계셨단다.
건강하시다면야 새벽 5시에 오셔도 걱정이 없지만
8시 30분에 만나 10시쯤 도착한 오빠와 나는 어쩌나!
그나마 일하러 갈 때는 더 먹어야 하는 것 같아도
아침이 빨라 생각 없으니 그냥 가는 편인데...
중간에 콩물이라도 먹으니 배가 고프진 않았다.
오늘의 수확물은 아버지표 참외!...ㅎㅎ
일주일 만에 파랗고 조그맣던 참외가 노랗게 변하여
밭에 뎅그러니 누워있으니 참 예뻤다. 비가 그친 후
햇볕이 나와서 이렇게 자란 것이라는데 지난번에 하나
수확한 것을 들고 왔으나 물만 가득 들어 버렸던
기억에 기대는 하지 않고 들고 왔다.
언제 무슨 씨앗을 심어야 하는지 몰라도 지나가다
씨앗을 발견하면 무엇을 심어볼까 두리번 한다.
상추, 얼갈이, 열무, 시금치 씨앗을 사갔었다.
부추 요만큼과 빨간 고추 한 줌도 땅에서 얻었다.
양파와 무침하여 부추는 아버지께 갖다 드리려 하고
빨간 고추는 열무가 자라면 물김치라도 해볼까?^^
빈 가게에 임대료를 받지 않고 들어온다는 사람이
있어서 오늘 계약을 쓴다니 중요한 날이기도 했는데
오빠가 옆에 있으니까 난 장갑을 끼고 밭으로 내려와
늘어진 자두나무와 살구나무 가지치기를 일부분 해주고...
(관리가 되지 않아 거미줄이 쳐있고 부실함)
괭이로 씨앗을 심을 땅을 파기 시작했는데 장마에
비 맞은 괭이자루가 느슨해졌는지 자꾸만 빠져서
갈고리로 된 연장으로 이어보다 땀이 어찌나 나는지?
제초제를 뿌려 건물 주변에 널려있던 까만 풀들을
이미 아버지께서 5번 나르셨다는데 거름이 될 것인가
오빠가 이어서 빨간 고무대야에 가득 채운 것을
수레에 실어서 밭으로 날아오면 거들어주기도
하면서 땅을 일구며 풀을 뽑았다.
'농사가 이렇게 어렵구나!'
밭이 넓기나 하면 모를까 사실 10평도 안될 것이다만
꼬물꼬물 자라는 것을 보면 신기해서 땀 흘린 것도
잊어버리게 만드니, 이 땅도 없었더라면 미련 없이
사 먹는 게 편안한 것은 말할 것 없어도 무엇을
가꾸어 생산해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옥색빛의
열무씨와 쬐그만 얼갈이씨 상추씨도 처음보았네!
참외가 사라진 지금 참외를 씻어 가장 못난이를
먹어봤더니 물이 풍부한 계절이라 과즙이 흐르며
의외로 달아서 얼마든지 먹겠더란다. 예전 가야금
배울 때 문화센터까지 무거운 참외를 매고 먼 길 오신
아버지 생각이 나며 그때만 해도 젊으셨어서
참외의 때깔과 달콤함이 지금 하고는 달랐는데
시장 오시는 김에 나오셨다지만 김포에서
그 먼 길을 세상에나!
모조리 땀으로 젖은 오빠 옷에서는 희끗희끗
소금이 생산될 만큼 힘겨운 일을 마치고, 적당히 고랑
파서 씨앗만 심으면 될 줄 알았으나 땅을 고르고
두툼하게 흙을 올려 뿌리가 잘 내리도록 하는 점도
배운 날이라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즐거움과
고된 노동의 맛을 봤다고 할까?
건물이 비어있다고 풀이 나든 말든 그냥 두자는
의견도 있는데 아버지처럼 말끔하게 주변을 정리하고
정성을 들이는 마음이 있어야 막혔던 일도 잘
풀릴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2024년 8월 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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