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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꽃에 대한 생각의 변화

평산 2024. 8. 17. 15:17

  꽃이 하나 둘 늘어갈 때 푸릇푸릇해서 좋았다.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 좁은 마당 계단에 쪼르륵 화분들

세워두고 바가지로 물을 던지며 화분 옆구리와 계단을

청소할 때면 먼지가 흘러내려가며 시원해지고 멋스럽지

않은 시멘트 바닥이라도 개운해져 꽃들이 반짝거렸다.

 

 이웃집에서 넘겨다 보고 화분 하나 달라고 할 때

아까워 선뜻 내주기가 어려웠다. 어쩌다 꽃집 앞을

지나칠 경우에 키워보고 싶은 꽃들이 무척 많았다.

 

 

 친구가 놀러 와도 화분을 안겨주기 어려워서

몇 뿌리 뽑아 주는 것조차 쉽지 않더니, 똑같은 화분이 

많아지자 주위에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예쁘게 자라고 말끔한 화분보다는 없어도 서운하지

않겠는 순서로, 댁에 근사한 화분이 있으면 옮겨

심으시라고 이야기를 전하며 건넸다. 예전에 이렇게라도

나누는 사람이 있었으면 고마워했을 거라며... ^^

 

 꽃에 대한 관심은 늘 있어도 화분을 사진 않았다.

10년 안에 산 화분이 창가에 서 있는 꽃기린 새싹뿐!

꽃에 비하여 화분이 워낙 작아 보이는 것들만 분갈이를

해주며 스파트필름 같은 경우에는 분갈이보다 겉에

있는 잎들을 따주어 화분 크기를 조절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햇빛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잘 자랄 수

없는 나무종류나 번식시킨 화분들을 원하는 이에게 가득

실어주고도 서운하지 않았던 나를 발견하였다. 

 (나누기 어렵더니 별일이었음... ㅎㅎ)

 

 얼마 전 올케가 왔을 때 요번에는 아담하면서 가장

예쁜 화분들로 여러 개 실어주고 뿌듯했던 것을 보면

화분에 대한 생각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꽃들이 미워진 것은 아니고 집착과 열정,

욕심이 좀 덜어졌다고 보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주위에 거느리고 있던 것들로부터 가벼워지고 싶은

마음도 한몫했다고 본다. 앞으로도 남은 화분들

언제든지 나눌 생각이며 그동안 스파트필름, 고무나무,

미스김라일락, 관음죽, 나비란, 블루베리, 바이올렛,

군자란 등이 스쳐 지난다.

 

 

 

 

 2024년 8월  1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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