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부턴가! 맨발로 운동장 걷는 사람이 하나 둘 나타났다. 두꺼운 옷을 입는 겨울에도 발은 맨발이었다. 산책 나가는 시간대가 있으니 이들을 다 만났다고 볼 수는 없는데... 봄이 되자 무리를 짓는다. 스님도 있으시고 젊은이보다는 중년들이다. 보기 좋았다. 그러다 인조잔디 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니지 걷다가 플래카드가 걸려있어 알게 되었다. 여론조사나 소문이 전혀 없었고... 동네신문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소식으로 5월 1일부터 공사한다는 날벼락이었다. 누구를 위한 인조잔디 건설일까? 서울에 흙길이 얼마나 남았다고 뜬금없이 생명 없는 까칠한 인조 잔디를 깐단 말인가! 걸어보고 나 결정 내렸으려나? 며칠 지나 걸려있던 헝겊이 보이지 않아 반대 의견에 부딪혔나 봐 무심코 지냈는데 서명운동을 하는 사..
아침으로 밤타락죽을 먹었다. 밤을 갈아 우유와 찹쌀가루를 넣었다는데 부드러우며 고소하고 버터가 들어간 듯 진했다. 옛날에는 임금님만 드시던 귀한 음식이란다.^^ 오전 작업을 해야지?...ㅎㅎ 소리쟁이가 널브러진 곳을 지나... (소리쟁이도 일종의 약초였음) 이곳에 상주하시는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가족 이야기 자랑하심을 한참 들어드리고 머위 밭에 머물렀다. 초창기에는 모종을 사다 심으셨다는데 할머니의 수고로움으로 머위 맛을 보는 것이다. 처음 채취할 때는 욕심을 부렸으나 장아찌를 담가도 시간이 가며 맛이 덜하여 먹을 만큼만 따왔다. 아직 연하여 줄기만 먹다 잎까지 먹게 되었다. 삶아 껍질을 까고 다른 나물들도 있어서 요번에는 김치를 담가보았다. 다시마 육수에 김치양념을 해서 넣으면 됐는데 줄기가 심심하..
반년 만에 만났을 것이다. 몇 년이 된 것처럼 답답하던 중이었다. 그녀의 집은 꽃잔디와 청매화라고 했나? 아직 튤립도 건재했고 새파래지는 잔디에 삼색버드나무가 예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버스를 같이 타고 내려간 친구가 있었으나 만나자마자 차를 탔으니 대화도 못하고 터미널에서 내려 셋이 얼굴을 마주하였다. 점심으로 그녀의 나물은 가짓수가 더 늘어나 있었고 생전 처음 맛보는 나물도 있었다. 된장국에 나물이면 최고인데 생선까지... 아주 선식(禪食)이란 생각이었다. 정성이 가득한 친구다. 집에서보다 많이 먹고 커피 한잔 우아하게 마시고 수다도 떨다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는 장화 신고서 뒷산으로 향했다. 모임의 주제는 고사리 꺾기였지만 이런 일들이 나에게는 꿈만 같다.^^ 다른 해보다 빨리 가서 그런가 고사리가 ..
북촌을 지나 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젊은 친구의 덕분으로 미술관은 처음 가 보는데 주위의 복합 시설들이 시원시원하고 보기 좋았다. 경복궁 바로 앞에 있는 미술관이다. 미술관 바로 앞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었다. 일부러 심은 것은 아닌 듯 동네 수호신 같았다. 초여름이란 이렇게 싱그러워서 좋다.^^ 서울관의 상징인 붉은 벽돌 건물은 한국전쟁 이후 국군 수도통합병원과 기무사령부 등이 자리하며 현대사의 격동을 함께한 장소로써 2013년 11월에 미술관으로 증개축한 건물이었는데 겉모습은 오래되어 보였어도... 전시장의 지하로 내려가 보니 두 얼굴의 사나이처럼 현대식의 웅장한 모습이었다. 몇 개의 작품만 올려본다. '나 너의 기억' 전시에는 5시간 51분 동안 잠자는 친구의 모습을 담은 제목이 '수면'이란 일종의..
장희빈의 아들 경종이 묻혀있는 위릉에 갔을 때 천장산 줄기임을 알게 되었다. 홍릉수목원 정상 부근도 천장산이라니 천장산이 궁금해졌다. 여러 동네에 걸쳐있는 산이라 올라가는 입구가 가지가지였는데 가는 도중에 만난 나무가 헐~~~ 플라타너스로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식물원에 나무병원이 있더구먼 왕진은 다녀갔겠지? 다닥다닥 나무껍질이 예사롭지 않았다. 앞모습은 일부러 태운 것도 같았고... 상처가 나서 스스로 회복하려다 이렇게 부풀었는지 줄기보다도 변형된 부분이 훨씬 컸다. 나무 입장에서 보면 수술해서 떼어내는 것보다 이대로가 좋다고 여길까 놀랍구나! 하늘이 숨겨놓은(藏:숨길장) 곳이라니? 천장산 하늘길 어서 가보자! 높은 산은 아니지만 계단으로 이루어진 길과 넓은 임도를 걸어 30분쯤 지났을 때 숲속 멀리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