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나오는 원추리다. 삶아서 냉동고에 넣었던 것을 주신다고 하여 이왕이면 새파란 것을 달라고 했더니 한 보따리 얻어왔다. 식탁에는 연둣빛을 올려야 생동감이 있어서 겨우내 시금치를 달고 살았는데 오늘은 원추리로 대신한다며 기대에 찼었다. 오자마자 두 끼 먹을 만큼 씻어서 삶아... 명품 고추장으로 초고추장을 만들어 향긋함을 맛보았다. 가냘플 것 같아도 식감이 아삭하니 좋았다. 그런데 잘 준비를 하던 중 배에서 신호가 왔다. 가느다란 전파가 찌리리 오는 느낌이랄까? '귀찮지만 가봐야겠는걸?' 관장을 안 해봤지만 거의 비슷할 것 같았다. 두 번째, 세 번째... 다녀오고 쪼금 불안했으나 잠을 청했다. 괴롭지는 않았다... ㅎㅎ 귀찮기는 했지만 저절로 청소를 한다 싶었다. 연약한 식물로 인하여 이상한 물..
코로나가 극성이라 약속을 취소했더니 마음이 허전해서, 지금이라도 간다고 할까? 괜히 밀렸던 멸치 육수를 끓여놓고 옥수수 차에 인삼차까지 달이며 바쁘게 아침을 보냈다. 여태 잘 견뎌왔는데 참아야지! 여러 번 바꿔 타야 하니 부담이 있어 그랬는데 마루에서 부엌으로 왔다 갔다 하던 중 친구가 집으로 오겠다는 전화가 왔다. 여고를 졸업하며 헤어졌다가 졸업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간신히 다시 만난 친구다. 지난가을 이후 몇 개월 만이었다. 들기름, 천혜향, 귤과자 등 아들이 만들었다는 이것을 내밀며 얼른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고 건넸다. 언뜻 하얗게 발라 있는 모습으로는 느끼할 것 같아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순두부찌개를 곁들여 점심을 먹은 후 자주 다니는 산책길을 도란도란 걷고 와서는 성의..
아버지께서 농사지으신 가을 무의 특징은... 단단하며 겉모습이 거칠고 물이 적다는 것이다. 꼭 세수를 여러 날 하지 않은 아이의 얼굴 같아도 썰어보면 유리알처럼 단단하고 투명해서 지난번에는 장아찌를 담갔고... 요전 번에는 제주 무와 섞어 무생채를 했으며 겨울에 어묵탕도 여러 번 끓여 먹었다. 주신 무를 다 가져오지도 못했다. 들고 와야 하니 무거워서... ^^ 알배추 겉절이를 해간 며칠 전에는 쪽파와 무 두 개를 주셔서 무심코 들고 와 생각지도 않은 쪽파김치를 했는데 무는 어떻게 할까 하다... (양념으로 사용하기에는 쪽파가 많았음) 처음으로 쪽파김치에 넣어 해결해 보자며. 파의 연함에 맞게 무를 작고 얇게 썰어 소금에 절이고 같이 버무렸더니 얼마나 맛있던지? 평소에 파김치는 인기가 없었고 겉절이보다는..
아침 7시경 진눈깨비가 휘날렸다. 땅을 보면 비가 온 것 같이 쌓인 것은 없고 바람까지 불어 출근길이 심란했다가 잠시 후에는 얌전히 내렸다 종잡을 수 없었다. 오후 들어 서쪽 하늘을 보니 일기 예보에 3~ 4시까지 온다 했으나 직감을 믿고 집을 나섰다. 촉촉하고 상큼한 공기에 미소가 흐르고 낙엽 가득한 곳을 지나며 이래서 불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되뇌었다. 산허리에서 흙탕물을 뒤집어쓴 초롱꽃(?) 새싹을 만났는데 말끔하진 않았지만 푸릇푸릇 행복해 보였다. 원추리도 하루가 다르게 성큼 올라와 있었다. 귀찮다가도 이렇게 움직이면 같은 시간 동안 집에 있을 때보다 잘했다 싶다. 변화 심했던 아침 날씨가 고스란히 보여졌던 곳이다. 서쪽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고 땅이 질어 물이 없는 곳으로 빙 돌아 북쪽을 내..
골목골목을 누리다 춘당지에 이르렀다. 원래 이곳은 왕실에서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내농포'라는 논이 있었는데 일제가 파헤쳐 큰 연못으로 만들었단다. 그러니까 지금의 소춘당지가 본래의 춘당지라는 이야기! 낙엽이 덜 떨어져 가을빛이 났다. 춘당지 둘레에는 풍경이 좋아 의자가 많은데 평소에는 사람이 꽉 차는 곳이나 오늘은 나만이 주인공 되어... 연못을 독차지하고 몰래 입가심했다.^^ 소나무가 보이지만 단풍나무가 많은가 작은 섬 바닥이 붉게 물들어 솔잎과 대조를 이루었다. 조금 더 이동하니 하얀 식물원 앞에 원래의 춘당지였던 작은 연못이 있었다. 그동안 구별 없이 돌았던 것이다. 실내의 식물원은 지나치려는데 입구에서 영춘화가 보여 저절로 끌려들어갔다.^^ 동백이나 명자꽃, 극락조화 등 붉은 꽃이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