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없이 봄날이 좋았다. 도라지를 까려고 엊저녁에 씻어놨더니 물기가 알맞게 말라 다듬기 좋았는데 지금 아니면 말라서 껍질 벗기기 어려울 테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가 저울질의 시작이다. 간단하게 보따리를 싸다가... 할 일을 두고 어디 가냐며 망설이다 좀 마르겠지만 내일 하자며 짐을 챙겨 우이동으로 향했다. 그동안 걷기 연습을 했으니 가고 싶었던 곳에 가보고 싶었다. 버스에서 내려 우이령 쪽으로 향하는데 공사가 몇 해 중단되어 흉물스럽던 건물이 멋진 리조트로 매듭지어져 깨끗해졌으나 이상하리만큼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육모정고개로 향하며 앞서가는 여인 한 명을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다. 레깅스에 긴 머리를 하고 단정한 모자를 쓴 젊은이로 보였다. 발을 조심스럽게 디디며 향하는 모습이 산을 잘 타는 사람 같았다..
장충단공원을 나오자 바로 길 건너에... 남산 산책로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다. '왔으니 산책로도 좀 걷고 가야지!' 그런데 무심코 올라간 길에 계단이 너무 많았다. 가도 가도 계단이어서 걸음이 느려지고 잘못 들어섰다 싶었다.^^ 계단이 끌 나는 지점이었을까! 애썼다는 듯 소담스러운 영춘화가 반가웠다. 삐약삐약 병아리꽃 같았다... ㅎㅎ 의자가 앉아 불어오는 살랑 바람에 땀을 식혔다. 이제 편안한 길 걸어가 보자! 처음 왔을 때는 우레탄 길이 푹신하게 느껴졌는데 흙길을 자주 걷다 포장도로를 걸으면 발바닥에 열이 나는 것을 느낀다. 북악산과 북한산도 보이고... 서있는 오른쪽으로 부지런히 푸른 잎을 틔워 아름답게 늘어진 나무 이름이 궁금했었다. 바로 이 나무로 옆광이라 검게 나와서 안타까웠으며 의자에 앉으..
근처에 볼일 보러 갔다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비 내리는 장충단공원은 아니었지만 수표교만 봐도 멋스러웠다. 청계천에 있었던 돌다리로 물의 수위를 관측하는 수표(水標)를 세우며 수표교라 불렀다는데 다시 청계천 복원공사를 할 줄 알았다면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을 것을... ^^ 돌기둥에 글씨가 새겨져있기도 했다. 조선 초에는 토교나 목교로 지었지만 태종~ 세종에 걸쳐 화강석으로 바꾸었단다. 수표(보물 838호)가 보이지 않더니 현재 홍릉의 세종대왕 기념관에 있단다. 본드 없이 어떻게 돌들을 고정시켰을까? 수표교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봄이라 물색도 연초록이었다... ㅎㅎ 작은 연못에는 오리 부부가 놀고 있었고... 반대편 모습으로 육중함이 느껴지지 않은가? 지탱하려면 다리가 튼튼해야 했을 것이다.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