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시원찮으신 아버지께서 삼계탕을 끓이셨다. 인삼, 대파, 대추, 양파, 찹쌀, 통마늘... 언뜻 보기에 이런 채소들이 보였는데 어릴 적부터 먹어와 익숙하였고 유명한 삼계탕집보다 깊은 맛이 느껴졌다. 생삼이 여러 뿌리 들어가야 향이 진하며 먹을만한 것이다. 아버지표 삼계탕을 먹을 때에는 커다란 접시에 일단 토종닭을 건져서 다리와 몸통을 식구수 대로 나눈 후 소금 찍으며 먹다가 국물을 더해 마시고 우러난 닭국물로 찰밥을 따로 하셔서 나중에 먹는 방법인데, 난 고기를 먹고 국물에 찰밥을 말아 땀 솔솔 흘리며 오랜만에 아버지 덕분에 호강을 하였다. 먹었으니 설거지를 해야지! 들통에 밥물이 넘쳤던 밥솥까지 오라버니가 들어줘서 통째로 수돗물에 대고 속속들이 씻은 후 엄마 손을 잡고 이야기 나누다 친정집을 나오..
바이올렛 하나 갖고도 소설을 쓰겠다.^^ 친구가 바이올렛 나눔 한 것이 몇 년 됐을 것이다.(1대) 보랏빛 꽃을 피우는 우리 집의 첫 작은 화분으로 잎이 자라자 몇 개를 잘라 물꽂이를 했다. 이 때만 해도 번식에 성공하고 싶었다. 여섯 뿌리가 살아남았다.(2대) 다들 여리게 보이나 가운데 짙은 색이 3대의 엄마다. 각각 다른 화분에서 기생하다가 아파트에서 금전수 분갈이를 해보며 버려지는 모종 비닐화분을 6개 챙겨 와 비로소 옮겨 심어주었다. 같은 엄마에서 태어났어도 얼굴이 각각 다른 것처럼 약한 아이가 있고 연한 빛을 띠는 아이도 있었는데, 2대에서 가운데에 놓인 이 아이는 잎이 진하며 성장이 빨라 이미 꽃을 한번 피웠으며 작년 가을에 8개 정도의 잎을 따서 물에 꽂아놨었다. 번식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라 ..
국립중앙박물관을 한 번도 안 가봤다는 친구와 함께 했다. 오면서 한 사람씩 내리는 정류장이 달랐다. 이촌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이수에서 내렸고 신문을 읽다가 두 정거장 더 갔으며... 처음 온 친구는 출구를 잘못 나와 헤맸다 한다. 전화가 없었으면 어찌 만났을꼬?... ㅎㅎ 왼쪽의 상설전시장에서 명화전을 하고 있었지만 처음 온 친구가 있으니 우리나라 역사를 먼저 느껴보자며 고조선부터 다시 둘러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청자나 백자보다 초벌구이 토기가 멋스러워 시간이 흐를수록 토기의 쓰임새와 변화과정을 비교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두 번째로 자세하게 본 것은 사신도였다. 그림이 흐릿한 가운데서도 용의 모습이 뚜렷하였다. 좌 청룡(靑龍)이다. 무덤 널방 동쪽의 수호자로 화려하면서도 몸체의 움직임이 기운차게 느껴졌다..
미나리단이 튼실하며 싱그러워 가격은 어떨까 살피니 1980원으로 너무 싸서 직원에게 다시 확인하였다. 살 생각 없이 갔어도 사고 싶을 정도로 자태를 뽐냈고 나뿐 아니라 다른 주부들도 기웃거리며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드시려고요?" "새콤달콤하게 무침하려고요." 봄이 아닌 여름에 이르러 질기지 않을까? 속으로 염려되었지만 노랑잎 하나 없이 파릇파릇 쭉 뻗은 미나리에 홀랑 반하여 미리 입맛 다시며 행복한 마음으로 안고 왔다. 집에 와서 연한가 밑 부분의 줄기를 당겨보니 노끈처럼 질겨서 그럼, 그렇지! 잘 생겼어도 이유가 있었던 거야. 실망이 되어 한 줄기씩 손으로 만져보며 먹을 수 있겠다 싶은 정도만 남기고 잎도 대부분 떼어서 질기지 않게 살짝 삶아 쫑쫑 썰어보았다. 달콤 새콤 무침을 하면 식초 때문에 남..
경동시장은 없는 게 없는 커다란 재래시장이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시장이 아닐까 한다만... 이곳에 1960년대에 지어져 30년 넘게 영화상영을 하다가 1994년에 문을 닫은 경동극장이 있는데 그 후로 28년간 방치되어 있다가 찻집으로 거듭났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읽고 흥미롭더니 약속을 하여 그곳으로 가보자 하였다. 찻집으로 들어가는 곳은 이렇게 복잡한 시장이며 너무 넓어서 미리 위치를 파악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지하철 1호선 제기역에서 걸으면 10분 정도이고 입구에 '경동시장 4'라고 쓰여있는 곳을 찾으면 빠르다. 정말 나타날 것인가 두근거리며 올라갔었다. 짠~~~ ㅎㅎ 극장이었던 곳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으며 스크린이 있었던 앞쪽은 茶를 주문받고 있었고 에어컨 바람이 차서 우리는 계단을 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