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고... 날 뜨겁다고...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눈이 침침해지며 사람이 멍해진다. 그래서 뜨거운 날은 오후 5시쯤 별일 없으면 나갔다. 전국의 매미가 모조리 모여든 것 같았다. 얼마나 울어대는지 목소리 구별이 없어 어떻게 짝을 찾을려나 심란했다. 어림잡아 백만 마리 정도 되었을 것이다. 비 오는 날은 서쪽 하늘을 자주 기웃기웃하며 먹구름이 적으면... 이때다 싶어 우산을 들고나갔는데 매미 소리는 없어도 모기가 무척 많았다. 나무를 지나칠 때 찌익~ 하고 움직여 날개 젖을까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꽃이 적은 시절에 버섯이 나와 밋밋함을 달래주었으며 붉은 버섯이 인상적이었다. 촉촉하고 어두운 숲에 여인이 쪼그리고 앉았으면 무서울 수도 있겠지만 어쩌랴! 나무 밑동이나 파인 곳에 꽃이 핀 듯..
붕붕차 타고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주셔도 되지만... 아버지께서는 꼭 두 정거장을 지나쳐 일하시는 곳까지 겸사겸사 가시는데 오늘은 곧장 버스정류장이 아닌 일터에서 멈추셨다. "능소화가 한창이니 보고 갈래?" "아, 그래요? 보고 가야지요...ㅎㅎ..." 담장 위로 올려야 튼튼하게 자랄 테지만 이곳은 담장이 없으니 지지대를 손수 만들어주셨다. 줄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땅에 꽂아놓으면 능소화가 잘 자란다는데... 지지대를 만들어 주셨어도 꽃과 줄기가 흐드러져 넘어진 곳이 있어 안타까웠다. 능소화 밑에 정다운 주홍빛 꽈리도 있었네! 요번에 보여주시고 싶었던 주인공은 바로 상사화였다. 사진으로 본 붉은 상사화는 꽃이라도 무섭고 요염했다 할까? 그런데 분홍은 맑고 깨끗하며 낭랑 18세처럼 고왔다. 작년에는 ..
입맛이 떨어지는데 부모님은 어떠실까 예고도 없이 친정으로 향했다.주부가 반찬을 만들어도 그럴 상황에 아버지께서 살림을 하시니 더욱 걱정이 되고 그랬다.도착 30분을 남겨놓고 혹시나 전화를 드렸더니 웬일이냐며...너무 더워서 오면 너도 힘들고 두 분도 힘들어지니 절대 오지 말라고 하신다. "네, 알겠습니다!" 가는 줄 아시면 붕붕카 태우러 오신다 하실 것이라 일단 대답을 그리하였다.배낭을 메고 시장바구니에 한 손으로는 양산을 쓰고 버스 정류장에서 언덕을 올라갔다.아스팔트 길이 화끈거렸지만 바람이 불어 그나마 좋았다. "계세요?" 무슨 장사가 온 것처럼 흉내를 냈으나 귀 밝은 엄마가 먼저 큰딸이 왔나 보라는 소리가 들렸다.집에서 출발하려다 전화를 한 것으로 아셔서 안 올 줄 아셨는데 국수를 드시다 깜짝 ..
꼬마가 엄마랑 곤충 잡으러 왔구나! 정다운 모습일세!...ㅎㅎ 며칠 전 동대문에 가보자더니 도봉산역 쪽으로 바뀌었다. 신발 사러 가자고 해서 내가 잘못 들었나 했다. 집안일을 끝낸 후 쉬려는 참이었는데 미리 마음먹은 외출은 아니었어도 쉬는 날이면 책이나 읽는 사람이 주위에 이런 곳도 있다며 나름 검색해본 정성에 얼른 따라나섰다. 버스에서 이야기가 길어져 내리고 싶은 곳을 지나 도봉산 입구가 보였는데, 나야 이따금 왔지만 학교 다닐 때나 왔을 법해 입구를 기억함이 신통했으며 볼일 이외에는 외출이 없는 사람이라 황송하기도 했다. 신발가게 위치를 알아두고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창포원으로 향했다. 무성하게 자란 나리꽃에 산 밑이라 동네보다 시원했다. 푸르름, 꽃들... 같이 바라보아 좋았다. 같은 장소여도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