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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조용하게 보내도 주말은 행복한데
특별한 무엇이 있으면 설렘이 인다.
어쩌다 서태지 공연표 남아 나에게로까지 왔는지...
그 것도 당일 몇 시간 전에......
'용산전쟁기념관'에서 한다니
한 번도 가본 곳이 아니어서 공연을 보기 전에
일찍 서두르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집에서 전철을 타니 놀랍게도 30분이면 되었네?
이렇게 해서 나에게 넓혀지는구나, 서울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점점 벗어나는 날 보며
웃어보기도 한날이다.
복잡거리는 사람들을 떠나 잠시 눈길을 멈췄던 곳.
지금 바라보고 있어도 피로가 풀릴 듯 싱그럽던 모습에
아~~~ 뒷동산에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
돗자리 깔고서 책도 읽고 누워서 하늘도 보고...
곳곳마다 사람들이 엄청 몰려있었는데
몇 시간 만에 표가 매진되었다니......
간혹 나이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은 표를 사서
왔냐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마니아들이야 당연하겠지만 나처럼 '문화 엿보기'를
하러 오는 사람이면 10만 원이 넘는 티켓 살 엄두를
낼 수 있을지, 수박이 몇 덩이 왔다 갔다 하고
감자 한 박스에 그러니, 맘껏 누려보자고 했다.
얼마 전의 노란 물결과는 다르게 노랑 수건과
노랑 종이비행기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태지의 상징이 노랑인가 보다.
직접 눈으로 안 보면 어찌 알겠나, 이들의 문화를...
20~30대가 주류를 이루었다
사회생활하면서 좋아하는 공연에 참여하는 것이
이들의 즐거움일 테지.....
그 시절 라면 한 그릇이냐 커피 한 잔을
마실 것이냐로 잠깐이나마 고민했었던 또래들
모습이 겹쳐 지나갔다.
일상은 아니겠는....
재미난 표현들을 하며 사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젊은 날에 이래보는 것이지... 뭐~~'
당근을 씹어 먹는 모습을 연출해 주어서 고맙기도 했고...
관객들 수준이 높았던 날이다.
'하지 말라'는 무엇을 하는 사람들은 없었으니...
공연 전 스태프진에게 허락을 받아 찍었음을 밝혀둔다.
열차표를 생각해 보면 서서 내내 가는 사람들은
참 불쌍해 보이기도 하던데, '스텐딩' 공연이라 하지만
앉는 사람이 혹시나 있는 가 했더니 공연 내내
모두가 서서 한 목소리를 내었다.
악(?)을 쓰며 부르는 도입 부분의 음악들보다는...
허리라도 몇 번 돌리며 리듬을 맞춰보기에 그나마
서태지가 나았다. 시간이 가며 자연스럽게
리듬에 몸이 움직여지더란다. 오호~~~♬~
마법사가 몰래 왔었는지...
무대에서 전선이 땅 밑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
발끝을 타고 무엇이 빠른 속도로 대책 없이 뻗어 올라와
온몸으로 퍼지며 찌리리릭~ 감전시켰으며~
특히나 심장에 도달하면 알싸한 느낌의 쿵쿵거림이
강렬해졌다. 드럼이나 기타와 같이 한 가지 악기의 소리를
연주해 들려줄 땐 날을 세운 칼에 하늘이 쫙 갈라지며
명쾌함이 날아왔다. 두구두구 두구럭 ~~
징징지~~~이~~ㅇ~찌그르 ~륵~♪
공연을 알리는 곳곳에 '뫼비우스 띠'가 그려져 있었다.
예전에 직접 고리(뫼비우스 띠)를 만들어보고는
단순하지만 참 신비로운 발견이 구나 했었는데,
몇 바퀴를 돌아도 계속 이어져 있음에 아마도
그의 음악이 영원했으면 하는 뜻일 까나......
어떤 공연이든 몰입해서 미친 듯이 봐야 재미나겠지만
끝날 무렵에는 좁은 공간에서 '까치발'을 하고 몸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으니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2시간 30분여를 에구~~~
사람들이 몰려나오기 전 밖으로 나오니
물가에 앉아서 호젓하게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리를 완전하게 들을 수 있고 전광판도 보이니
무엇이 아쉬우랴. 서태지 모습이야 자세히 보려면
밖의 사람들처럼 똑같이 화면을 보았었으니... ^^
'Live' 공연이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운영을 매끄럽게 하지 못했음에 아쉬웠다.
입장을 다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이 이루어진 점이며,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오래였고 좁은 공간에 너무나
많은 관객 동원으로 표를 남발한 듯한......
운영진보다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쳐주고 싶다.
2009년 6월 14일 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