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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깻잎 200장

평산 2012. 8. 17. 07:30

 

 

 

 

 점심 때 가족모임이 있어 아버지 한 말씀.....

"이렇게 자식들 보는 날이 제일 좋구나!

아버지 오늘 기쁘다, 그런 의미에서 한잔 해야겠다. 

자주 만날 것 같지만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일 년에 다섯 번 정도 밖에 안 될 것이다.

마음으로는 더 자주 만났으면 싶은데......

.............................................,

...................................?

 아버지 나이 먹는 것은 괜찮다만 너희들 한살씩 먹는 것은 어째 서글프기도 하다.

항상 어린아이 같은데 큰아들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우리 큰딸은 살이 좀 올랐는가, 보기 좋은데?...ㅎㅎ...

....................................!

....................................................

 아버지도 작지만 너희들 주려고 깻잎 200장씩 담아왔다.

낮에는 더워서 일 못하니 이른 아침 6시에 따기 시작해서 9시경에 마무리했어.

깨를 생산하기 위함이 아니라 잎을 먹자고 처음 심어봤으니 무엇이 다르긴 한 것 같다만...

................................"

 

 이리하여 깻잎 200장씩을 상장으로 받아들고 집으로 왔다.

꾀를 부리다 날이 더우니 상할까 불안하여 사흘째 되는 날 깻잎담기에 착수했는데,

씻으려고 비닐을 여니 얼마나 싱싱하던지 아버지 고맙습니다가 저절로 나왔다.

잎을 먹기 위함이라 그럴까? 향도 짙은 편이었고...뒷면은 보랏빛에......

잔털의 깻잎 한 장이 두툼해서 20장정도 한 묶음으로 차곡차곡 넣으면 되겠더란다.

스무 장씩? 200장이라고 하셨으니~~~어디~~~

5묶음을 만들어 놓고 양념을 바르는데...금방 100장을 세었으니...

그렇다면~~~이왕에 세어보자!

........................................

 어? 대충 세었지만 10장이 넘게 부족인 듯?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깻잎이 열장씩이나 모자라다니~~~ 서운하지!

앞의 것은 양념이 묻었으니까 그만두고 뒤의 100장을 다시 세어보니 이번에는 8장 부족으로 나왔다.

암튼, 부족은 틀림없는 것이로구나!

 

 다음날아침,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고서 ......

 "아버지, 별일 없으세요? 다름이 아니오라 손해배상청구하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왜, 무슨 일인데?" (아버지께서는 전혀 놀람이 없으시고 다음이야기가 궁금하신 듯 귀를 쫑긋하셨다.)

 "깻잎이 200장이라 하셨는데 모자라서요,"

 "그래? 몇 장이나?"

아이고, 8장이라 말씀드리려니 낯간지러웠지만 재밌자고 전화를 드렸으니~~ㅎ

아버지 말씀,

 "모자라는 만큼 만나서줄까, 아니면 집으로 올래? 고소장쓰기 전에 얼른 마무리해야지~~ㅎㅎㅎ

 

 

 

 

  2012년   8월   1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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