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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노랗게 폈던 山菊 자리에 어르신 한분이 서 계셨습니다.

넓은 비닐을 걸어놓고 연신 손놀림을 하시다 지나가는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어르신, 무엇을 하시나요?

 "마른 꽃봉오리를 따고 있습니다. 씨앗을 심으려고요,"

 

 

 

 

 뿌리로 번식하는 줄만 알았습니다.

겨울철에도 밑둥을 살펴보면......?

 

 

 

 

 이렇게 쑥처럼 보이는 새싹이 뿌리 옆에 나와 있었거든요.

꽃송이가 작으니 씨앗이 숨어있으리란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당신께서 이곳에 있는 菊花는 다 일구셨다며,

2년 전 인천으로 이사 가셔서 맥아더장군상이 있는 '인천자유공원'에 국화가 없는 것을 보고...

이제 그곳을 집중적으로 키우실 예정이라 하셨습니다.

오~~~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손바닥을 보여주시는데 보일동말동한 까만 씨앗들이 눈에 들어오며 香氣가 확 피어올랐습니다.

 "어머나, 향기가 살아있네요?"

추운 겨울날씨에 마른 꽃봉오리에서 生生한 香氣가 나다니...

 

 할일을 다했다고, 꽃이 진 모습은 쓸쓸하다고만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꽃씨 속에는 꽃도 잎도 향기도 숨어있다는 詩가 제대로 느껴지는 날이었다 할까요?

오늘은 작정을 하고 오셨다며, 씨앗을 오며 가며 보이는 공터에 뿌려보라 하셨습니다.

 

 

 

 

 옆에서 먼지만한 씨앗을 살피려고 한 움큼 훑어봤습니다.

인상 좋으신 어르신이 채취했을 때나 들꽃 좋아하는 제가 만졌을 때나...

뜻하지 않은 우연한 만남으로 잊었던 菊花香氣가 솔솔~~~♬ 행복을 전해주었네요.

왼쪽 까만 부분이 씨앗입니다.

 

 혹시 지나가시다 山菊 봉오리 보시면 비벼서 내음 맡아보세요!

自然의 香으로 어떤 방향제보다도 신선하며 노란꽃을 앞에 대한 듯 상큼하게 일깨워줄 것입니다.

그러니 겉모습이 말랐다 해서 생명이 다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께 배워서 화분에도 뿌리고 단지 앞 화단에도 뿌려주고 이만큼은 접시에 담아놓았네요,

봄이면 푸릇푸릇 싹이 오르겠지요?

 

 

 

 

2014년   2월   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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