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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날에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코앞의 문수산을 올라가지 못하고 돌아와 아쉬웠다.

문수산은 성벽이 나타나며 하늘이 보이므로 점점 햇볕이 강해질 것이라 여름이 오기 전에 시간을 내보았다.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나자 아버지께서는 그간에 씨앗을 뿌리시느라 힘드셨는지...

허리가 안 좋으시다며 도저히 한 걸음 떼기가 어려우시단다.

 "너도 가지 말고 여기서 놀다나 가지......?"

 

 

 

 짧은 시간에 생각이 오갔지만 산에 가려고 마음먹고 먼 길을 왔으니 중간 중간에 소식을 전하기로 하고 2시 30분쯤 일어섰다.

밖에서 보면 숲이 엄청 우거져서 걸어갈 길이나 확보되어있을지 궁금했는데 막상 숲속으로 들어가니 산길이 잘 나있었다.

계속 올라가는 구간이라 땀도 흘리고 호흡을 나름 조절하며 쉬는 시간 없이 곧장 올랐는데...

가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질 못해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사실은 이곳까지만 다녀오겠다고 했다. 성벽이 보이면 돌아오리라!...ㅎㅎ...

그런데 떠난 지 15분 만에 도착했으니 아버지와 함께 올랐을 때보다 속도가 있어서 그랬을 테지만...

 '이왕에 얼른 다녀오자!'

 

 

 

 다시 모자를 눌러 쓰고 햇볕 속을 묵묵히 걸으며, 참 좋구나!

이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갈 뻔했네, 2014년 5월은 사람보다 숲하고 친구하며 보냈네?

저번에 보았던 풍경들을 눈으로 읽으며 성벽을 지나자 사람들이 몇 명 보이기도해서 안전지대에 들어선 것 같았다.

376m의 낮은 산이지만 내려다보는 풍광은 높은 산에 못지않은 곳인데 오늘따라 서해 쪽으로 안개가 잔뜩 끼어 시야가 좁았다.

햐~~~

 

 

 

 그러니까 정상의 '장대지' 모습으로 33분이 걸려 올라온 셈이다.

하늘 너머는 서해바다로 성벽 위에 올라서있으면 바람이 불어 아찔했으니 잠깐 올랐다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오늘 본 사람들의 전부다...ㅎㅎ...

 

 

 

 바로 지나온 길이 초록과 대비되며 고려시대의 '문수산성'이 내려다보이고......

왼쪽 아래가 김포대학으로 오르기 시작한 곳일 것이다.

 

 

 

 저번보다 달리진 곳이 있다면 산성을 복원하고 전망대를 다시 만드는 공사가 있었는데...

좁다란 산길 바로 아래쪽으로 돌더미의 산성이 있던 흔적이 나타났으며 바다를 사이에 두고 왼쪽으로 보이는 섬이 강화도이다.

시야가 흐려도 아련한 풍경들이 보기 좋았다.

 

 

 

 아~~~

이곳에서는 조금 더 바닷길에 건너편 강화도가 명확하게 보인다.

 

 

 

 강화대교도 보이고......

때로는 친구들과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는 게 그립지만 혼자 있는 이런 시간들이 갈수록 좋아진다.

누구랑 같이 산에 오르자 약속하려다가도 내려와서 술 마시는 시간이 지루해서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훌쩍 다녀옴이 신경 쓰이지 않고 자유로운 것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저번처럼 이야기꾼을 만나 뵈었는데,

 

 

 

 일흔이 넘으신 분으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에 외가와 친가가 다 있으셨단다.

외할아버지께서는 당시에 마을 앞으로 흐르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셨는데,

6, 25 때는 북한군이 의정부를 통해 서울로 침입했었지만 1. 4 후퇴 때는 중공군이 밀려오며 앞에 보이는 강을 건넜다는데,

할아버지의 배가 발각되면서 총을 들이대고 군사들을 강 이쪽저쪽으로 나르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하니 거들었다가...

다시 서울수복이 있자 그들을 도왔다고 가족들 면회도 일체 시켜주질 않고는 돌아가셨단다.

당시의 일을 국가기관에 물어보고 싶지만  막상 먹고 살기에 바쁘시다보니 세월은 흘러갔고......

고향마을을 내려다보시며 들려주신 실화가 바로 우리의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

 

 

 

 올라왔던 길이 꾸미지 않은 길이라 그대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이야기하며 옆길로 내려가자하셔서 '강화도 해안도로' 가 생길 예정이란 것과 그 분의 가족사를 더 들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우리 山河!

염두에 두는 이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통일의 날'이 오길 바라며...

요번에야말로 짧은 시간에 다녀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니 김포에 가면 문수산에 다시 오르리라!

아버지께서는 그동안 한숨주무셨다며 딸을 지겨주지 못하신냥 미안해하셨는데......?

 "미안하시긴요, 아버지!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2014년  5월   25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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