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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안에 있으며 바람이 불어오니 몸이 으스스 했다.

옷을 껴입으면 따뜻해지겠지만

오늘따라 몸은 태양빛을 원하고 있었다.

 '햇볕 쬐러 나가자!'

 

 물, 신문, 사탕 3개, 읽던 책을 챙겨서 길을 떠났다.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지만 보약처럼 해볼만 한 일이다.

숲길 반 바퀴를 돈 다음에 운동장에 도착하여 어디에 앉을지 의자들을 눈여겨보았다.

등 뒤로 볕이 들어야 얼굴이 부시지 않고 따뜻하며 어깨 넘어 글씨도 환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숲속 의자에 앉으면 실컷 마시고 함박웃음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은 모기들의 습격을 받는다.

운동장은 풀이 없으며 햇볕이 쨍쨍 쬐니 모기들로 잠시 피할 수 있어서 좋다.

 

 긴 의자를 선택하여 신발을 벗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사탕 하나 입에 넣고는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세를 바꿔가며 책으로 옮아가 두 시간 정도를 있었을까!

햇볕 에너지가 다리에서 서서히 가슴께로 올라오더니 머리까지 꽉 채워졌다.

꽉 차고 나면 덥기 시작하니까 자리에서 일어나야지 여운이 길게 남으며 몸이 상쾌하다.

팔 다리 체조하고 이어서 남은 숲길을 돌기 시작했는데......??

 

 

   

 

 

 가을국화가 필 언저리를 돌 무렵이었나 땅바닥에 잣이 하나 떨어져있었다.

산길 주위에 어린 잣나무들이 제법 보이지만 잣이 이렇게 여물정도였나?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는데 답은 보이지 않고...

앞쪽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몇 몇 걸어오고 있기에 일단 손에 쥐고 움직였다.

동글하니 제법 커다란 잣 열매여서 숨기기도 어려웠으며 직접 딴 거 마냥 부끄럽기도 했다.

 

 그나저나 가다가 궁금해서 살짝 잣 잎을 열어보았는데...

알싸한 송진 냄새가 훅~ 피어오르며 잣 2개가 얌전하게 숨어 있질 않은가1

 '와~~~~~~~~~~'

재밌어서 이곳저곳 열어보고 손이 끈적끈적하여 신문지에 싸서 山을 내려오며...

청솔모가 어려운 작업을 마치고 옮기다 아차 떨어뜨렸을까.

햇볕 쬐기를 잘했다고 산신령님께서 냅다 선물 주셨을까?

잣을 던져놓고 동물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착한사람인지 덜컹 시험했을까.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곳이라 내 앞에 떨어진 것은 보통일이 훌쩍 넘는다며...

사랑받는 여인이란 착각에 어깨를 으쓱했다.

 

 

 

 

 

  2014년   9월   1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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