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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이 없으니 밥맛이 없어!"
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걸으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가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대형마트에 미리 가서 서리태를 살폈으나 값이 비싸서 그냥 왔는데
콩을 꼭 사야겠으니 요번에는 재래시장에 가시잖다.
경동시장은 중국산이 대부분이라고 해서 믿음이 가지 않지만...
택시를 타기 위해서 어머님을 모시고 나갔다.
커다란 길가가 아니라서 택시 잡기가 어려운데 10분쯤 기다렸을까
손을 드니 '콜'했냐고 묻길래 아니라며...
더 급한 사람이 있는가 떨궜더니 그냥 타지 그랬냐고...^^
 "안 되지요!"

 

 

 조금 있으니 그 아저씨가 사람을 못 만났는지 되돌아오셔서...
시장으로 향하며 우리로서는 고마웠고
마침 같은 종씨 셔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장에 도착하였다.
어머님은 타고 내리시는 것도 시간이 걸려서 택시 타실 때는
항상 뒤쪽으로 태워드리고 며느리는 후다닥 앞쪽에 탄다.
몇 번 와본 적이 있지만 시장이 넓으니 어디서 콩을 파는지도 모르는데...
당신만 따라오라 하셔서 우린 길을 건넜다.
'입구 4'라고 적혀있는 곳을 무심코 읽어보고는
시장으로 들어서니 얼마 가지 않아 곡식 파는 가게가 나왔다.

"햇콩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별하냐면...?"
어머님은 몇 개 안 남은 치아로 서리태를 하나 들고 깨무셨다.
납작 콩이 된 서리태가 푸른 속살을 보이며 웃자 해콩이 맞는다며 이거 봐라 하신다.
장하시지, 며느리한테 깨물어 보라고 하시잖고 세상에나...!
중국산과 국산은 구분해놓아서 무조건 믿어야했으며...
겉으로 보기에도 국산이라고 한 서리태가 실하니 맛있어 보였다.

 "5kg 주세요."
기도하실 때마다 얼른 하늘나라에 가게 해달라고 ...
아무래도 봄까지가 그날 같다고 하시면서 5kg이나 사시다니...?
내가 놀래서 그렇게 많이 사시냐니까 일 년 치를 사신다 하셨다.
속으로 얼마나 웃음이 나오던지...^^

 "너는 어떡할래?"
물으시길래 한 줌만 주세요 했더니 5kg은 당신 혼자서 몽땅 드실 것이라
아저씨께 1kg을 따로 달라며 회색팥 1kg과 노랑 조 2kg을 각각 사시고는
마늘을 사러가자고 하셔서 난 9kg의 보따리를 들고 따라나서려는데,
뭘 들고 가? 무거운데...
그렇지, 그렇지!...^^

 

 

보따리를 서로 묶어 놓고 길을 떠나며...
복잡한 시장 골목에서 국숫집이 보이니 얼른 한 그릇 먹고 가시자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줄을 서야하고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어머님이 그러시자니 국수와 팥죽을 낑낑 껴앉아서 먹고는
지팡이를 드시고 다른 한쪽은 팔짱을 껴서 힘이 되어드리며 다시 혼잡한 골목을 지나는데...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구경거리가 생긴 양 바라들 보신다.
 "추워도 갑갑해서 나오는 게 좋으신가 봐!"
머리가 하얀 어머님 한번 바라보고 며느리 한번 바라다보고...^^

 

 

가다가 도시락 반찬거리가 보여 연근 1kg을 사고
넓은 길로 나오자 마늘 파는 가게가 쪼로록 즐비하였다.
"봐라, 아까 그 골목에서 이리 나오면 마늘이야, 잘 봐! 이담에 올 때도 그리하면 된다 알았지?"
그 와중에 길을 알아두라며 느릿느릿 걸어서 깐 마늘 1kg을 사시고...
돌아서며 내가 표고버섯 1kg을 샀다.

 

 

이제 목표로 한 것은 다 사셨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콩을 산 가게로 향해보는데...
허리가 아프시다고 좀 쉬었다 가자셔서 허름한 곳에 잠시 앉으셨다.
그런데 문득 콩가게를 잘 찾아가려나? 골목이 복잡해서 이거 원...
그곳에서 이곳으로 나와 넓은 길을 만나고 다시 뒤돌아가는 격이니 저기쯤이겠구나!
더듬어보다 순간 '문 4'라고 입구에서 봤던 기억이나서 걱정을 덜고 다시 걷는데...
땅콩 가게가 앞을 떡하니 가로막았다.
아니, 먹을 것 앞에서 자동적으로 멈춰서졌다.
몇 개를 집어주시며 먹어보라는데 햇 것이라 그런지 고소했다.

 

 땅콩 2kg을 따로 담아서 비닐 보따리가 몇 개 되었냐면...
그러니까 연근, 마늘, 버섯, 땅콩을 둘로 담아  5개에다  
서리태 가게를 몇 미터 앞두고 그만 파란 완두 콩이 보여...
콩에 미련이 많으셨던 어머니는 한 보시기를 사서 주렁주렁 6개가 되었다.

 

 

 

도라지와 더덕을 파는 아주머니가 지나가는 우리를 보며 사시오를 외쳤으나
까서 먹기가 어려워 못 산다며 어머님이 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로 말씀하셨다.
나는 맞아요 추임새를 넣으며 비로소 처음 들렀던 콩가게를 찾았다.
보따리를 정리하여 커다랗게 두 개로 만들고 어머님이 조금 쉬었다 나오시는데...
 택시 타러 가다가 찐 옥수수가 보이자 또 사가자고...ㅎㅎ

 

배낭을 가져올 것을...
왼쪽 어깨에 보따리 하나 걸치고 왼손으로 하나 들고...
오른손으로는 어머니 팔짱 껴서 힘이 되어 드리며 택시를 타러 나왔건만
무거워서 들고 있을 수가 없으니 손에 든 것은 잠시 내려놓았다가 힘겹게 차를 타고 집까지 왔다.

 

 


 "네가 큰일을 했구나!"
집에 도착해서는 두 개의 짐 중 하나를 옮겨다 놓고 다시 와보니...
어머님이 아직도 못 내리고 계셔서 부축해드리며 다른 짐 하나를 현관 앞으로 옮겼다.
얼마큼의 무게를 들었는지 당시에는 몰랐으나 일기를 쓰다 말고 계산해보니...?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헐크처럼 자그마치 16kg을 한 손에 들고 옮겼었네! 
무지 가냘픈(???) 내가...ㅎㅎ

'이럴 수도 있구나!'


                                                                       

2017년  1월  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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