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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그곳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8시 45분이었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하니 적어도 밤 9시 20분경에는 일어서서 나오자 했지만...

이러저러 이야기에 후딱 10시가 다 되어서야 돌아설 수 있었다.

 

 여행이 아니면 남쪽으로 가는 일이 드물어서 아무래도 새롭게 난 길인 듯...

충주를 거쳐 직선으로 나있는 많은 터널들을 지나 안동에 도착했었다.

눈이 오다가 멈추다를 계속했지만 제설차가 같이 내려가며 염화칼슘을 뿌렸기에

옆으로 지날 때는 쏴~악~~~ 작은 돌들이 튀는 느낌을 받으며   

쌓이는 눈(雪)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으나 돌아올 때는 상황이 달랐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로 가다 보니 강원도를 지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터널로 돌아왔으면 쌓인 눈도 없었을 테고 가로등이 밝아서

얼마나 좋았겠냐만은 강원도 원주를 지났었나?

초행길이라 어디 가 어딘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갔는데...

눈은 하염없이 내리며 창(窓)으로 달려들었고

어느덧 차선도 보이지 않았으며 캄캄해서 섬찟하기도 했다.

도와줄 게 없어 천천히 가자고만 노랠 불렀더니

동생은 앞차와의 거리만 두면 된다며 침착하였다.

이때가 아마 새벽 1시쯤 가까이 되었을 것이다.

 

 당시에 옆에 앉은 나의 심정을 헤아려보자면 걱정은 아주 쪼금 있었고...

꽃이 한순간에 활짝 피어나 듯 눈이 와락 달려들며 퍼지는 풍경이 신비로워 와아~와아~

물론 속으로나 외쳤지 나타내진 않았으며 해파리가 다가오는 것도 같았다...ㅎ...

와이퍼가 지나갔어도 금방 눈이 채워지며

안개 낀 것처럼 보이지 않아 동생은 답답했을 테지만...

몽환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며 이대로 가면 서울이 아니라

이미 신비로운 세계로 들어간 느낌이었달까?

더군다나 가로등마저 없는 거리에선 지평선을 향하여

누군가가 하얀 거리로 이끌어주는 듯,

근사하고 모험이 있는 체험으로 눈이 감기기는커녕 갈수록 똘망똘망 해졌다.

 

 

 

 

 

 아버지께서는 낮에 먼 거리의 시장을 다녀오신 후라 무척 피곤하신 상태셨는데...

잠깐 눈을 감으시더니 바짝 앞으로 다가앉으셔서

여기가 어디냐 웬 눈이 이렇게 오는 거냐며 걱정하셨다.

한참을 가다 바닥이 미끄럽게 느껴지냐고 물으면 느긋한 동생은 그런대로 괜찮다 하고,

언니도 걱정되냐며 한편으로는 재밌지? 하고 되물어서...

난, 이런 시간에 이런 날씨에 움직여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신비스럽다 하였다.

 

 갈 길이 멀자 모처럼 나왔으니 중간에 강원도 바닷가라도 가서 하룻밤 자고 가자 하셨다가...

서울에 도착하면 동생 집이 제일 가까우니 불편해도 자고 아침에 떠나자 하셨다가...  

아버지 주무시고 새벽에 떠나시면 자다 말고 일어나야 해서 그냥 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가...

 "맞아, 맞아! 늦더라도 모셔다 드리고 아침에 푹 자는 것이 낫지!"로 결정을 보았다.

 

 가장 멀리 사시는 아버지 내려드리고 서울로 돌아와 언니 내리라고 해서 의외였지만

시간이 벌써 새벽 3시에 가까웠고 졸음이라도 오면 어쩌나 싶어 현명한 생각이라 이해되었다.

김포에서도 강화에 닿은 곳이라 서울의 북쪽까지 갔다가

의정부를 지나 일산 다리를 건너 다시 한참을 달렸으며...

눈은 그 사이에도 왔다가 멈췄다를 반복하였고 새로 난 길을 수없이 달려 내려드렸는데...

또다시 딸들을 보낼 생각에 아버지는 금방 발길을 돌리지 못하시고 조심해서 가라 어서 가라!

그 밤중에 엄마를 못 보고 돌아서는 헤어짐이 있었다.

 

 

 새벽 4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했으니 간단히 씻고서 잘까 생각하고 있는데...

자그마치 눈길을 9시간 넘게 운전한 동생이 연이어 도착했다고 소식을 주어 안심이었다.

 '눈이 펄펄 날리는 날에 새로운 길들을 만나 한밤중에 별스러운 경험을 했구나!'

 

 

 

 

2017년  1월   30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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