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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산에 올라가다 전화를 받았다.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정말요? 아버지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이곳에 집을 사신 것은 내 기억에 1973년이었다.

당시의 집문서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168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을 것이다.

앞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곳이 전부 기와집이었으며 그 귀한 모습을 대할 수 없어 아쉽기만 한데,

여고에 다닐 때만 해도 계획된 곳인 것처럼 정갈한 기와집이 줄지어 있어서 참 보기 좋았다.


 사진은 새롭게 집이 지어진 후 마루에서 찍은 모습으로...

오른쪽으로 멀리 롯데 123층이 보이고 그 뒤는 남한산성일 것이며 왼편으로는 아차산일 듯?

일주일마다 오시던 이 집도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왔다 갔다 하시기가 어려워 가까운 곳에

새집을 마련하시고 이 집을 팔기로 했는데 참으로 며칠 동안 가족들 모두 긴박함이 있었다.

돌아오는 3월 20일까지 이주비용을 일시불로 갚아야 하고 들어가서 살 사람들에게만,

대출을 해준다니 (그냥 버티면 이율이 9%로 엄청 높음...) 전세를 놓아 목돈을 일시불로 갚으려 해도

3년 이내에는 위약금을 물어야 하고 양도세가 무서워 기한 내에 집이 나가기를 학수고대했었다.


 "아버지, 연락이 왔어요 그 가격에 어쩌시렵니까?"

일요일, 그러니까 3월 12일까지 기다려보고 13일에는 융자를 받기로 되었는데,

막상 연락이 오자 당황하시고 난 산에 올라가는 시점이라 숨이 고르지 않았으며...

아버지는 잘 들리지 않으신다 하여 목소리가 싸우는 사람처럼 커지고 있었다.


 가던 길 내려갈 수도 없어 계속 둘레길을 걸으며 아버지의 긴 설명에 동생 의견도 들어보고,

부동산에서는 매수자가 옆에 있으니 빨리 대답을 들으려 아우성이지 대답은 쉽게 떨어지지 않지,

중간에 서서 연신 통화에 정신이 없었다. 설령 내 집이어도 얼른 대답하기가 곤란했을 텐데 

평소 재테크에 일가견이 있어서 이런 경험이 많았으면 모를까 눈앞에서

몇 억의 돈 이야기가 왔다 갔다 하니 실제 일어나는 일인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가만히 앉아 전화를 받았을 텐데 비싼 핸드폰 전화에 O, X 가 아닌

딸이 중간에서 실수할까 봐 그동안 들었던 설명까지 다시 들어야 하고, 이래라저래라...

이 일을 맡아왔던 동생 또한 그 가격에 서운하다니 남은 날짜도 없고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도와드리려는 생각에 내가 내놓은 부동산에서 연락이 와 기쁘기도 했지만,

이다음에 원망을 들으면 어쩌나 싶어 전적으로 아버지 의견에 따르겠다 말씀드렸는데,

그 사이, 사겠다는 사람은 힘을 실어 당장 계약금을 통장에 넣어드리겠다고 하질 않나!

3월 20일까지는 잔금까지 말끔하게 처리해주겠다는 시원시원한 이야기에...

결국 아버지께서 팔겠다고 밝히시고 동생도 시원 섭섭하다 나도 시원 섭섭하다...ㅎㅎ

집 사기로 작정하고 돈 보따리를 들고 온 모양이라며 서류에 통장번호가 긴급히 날아갔다.

 

 이런 결말이 나오기까지는 둘레길을 거의 한 바퀴 돌아 집으로 내려가는 시점이었는데,

걷기 운동을 하며 산책 나섰다가 집 한 채를 팔았으니 말이야!

 '핸드폰이 없었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네...ㅎㅎ...


 조금 섭섭하지만 모든 것이 말끔하게 되어 기분 좋으시다며 집을 사려는 젊은이에게는,

자식들이 그런대로 이 집에서 공부 잘하고 건강하게 살아 의미 있는 좋은 집터라 설명하시자,

2달 뒤 결혼한다는 신혼부부 또한 열심히 살아가겠노라며 뜻한바를 이루어 행복한 모습이었다.

지하철역에서 한참을 기다려 화장실도 못 들리시고 그 먼 길을 바쁘게 오신 아버지를 만나...

일이 마무리된 후 다정하게 얼마를 걸어 추어탕을 호호 불어가며 맛있게 먹었다.

아버지 일로 발걸음 했으니 사주신다 하여 기꺼운 마음이었으며 홀로 집에 계신

엄마가 생각나 추어탕 한 그릇은 포장해드렸더니 선물을 받으신 듯 고마워하셨다.


 "집에 도착해서 엄마 주려고 추어탕 데우고 있어, 잘 지내자!...ㅎㅎ..."

 "네, 아버지! 잘 되셨습니다, 푹 쉬세요!"





2017년   3월   12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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