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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니 다림질하기 싫어서 빨랫감을 모았다.
바지가 몇 개 모이고 습도가 적어 시원해졌다 싶은 저녁 무렵에
더 이상 미루면 곤란하다며 마루에 앉았다.
일단 벌여놓으니 주부의 기쁨이란 게 별거 있나?
하나둘 주름 없어지며 마음의 잔주름도 살포시 펴지고
게을러 여러 날 뭉쳐놓았음에 미안하기까지 했다.
나비 같은 손수건부터 시작하여 셔츠와
제일 묵직한 바지를 두 개째 다릴 때였을 것이다.
주름 세워지라고 오래 머물렀을까 다리미를 떼는 순간
푸쉬~~~하고 수증기가 한 무더기 방출되었다.
뜨거운 김이 튀는 것을 알았지만...
견딜만하다는 생각에 찬물로 씻을 생각을 못하고 마무리 지었는데,
살갗이 불그스름하며 꼬물꼬물 거렸다.
늦게라도 찬물을 끼얹고 시원한 물병을 대주어
괜찮겠다 싶었으나 얼마 후 아주 예쁘고 투명한 구슬이
나타나 다림질했단 훈장을 달게 되었다.
보름달을 쏙 빼닮은 동그라미는 팽팽하게 물을 채우고
며칠을 부풀리다 지쳤는지 쪼글 거리기 시작했는데
계란 속껍질 마냥 얇아지며 맡은 바 영역을 보호해주었다.
툭 터졌으면 따끔거리고 소독도 해줘야지 감염 염려에
골치 아팠을 테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온해서 그저 고마운데,
다만 더운 날에도 다림질할 때에 맨살을 드러내지 말라는
노란 훈장 (yellow card)을 받았다 여겨본다...^^*
2017년 8월 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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