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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병따개와 고양이

평산 2017. 8. 28. 08:00


   

 퇴근 무렵 여러 명의 청년이 몰려왔단다.

한 사람의 손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었고 계속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시간이 늦어 병원 문이 닫혔으니 다급해서 동물병원에 들어왔다며...

맥주병을 손으로 따다가 상처가 났다는 이야기였다.

새 학기가 시작할 때라 친구들 만나 반가웠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 대학병원이 있었지만 그들도 다급하니까 생각을 못한 듯하였다.


 상처가 얼마나 심할지 소독약을 부우며 이리저리 살폈더니...

혈관이나 신경을 다쳤을 정도로 심해서 부목으로 고정을 시킨 후...

손을 심장보다 높이 쳐들고 얼른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하라고 보냈는데...

젊은 혈기도 좋겠으나 꼭 병따개를 사용하여 술병을 열어야겠다.




  

 청년들이 나가자마자 정리하고 문을 닫으려는데...

이번에는 스무 살을 갓 넘었을 여학생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들어왔단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손닥을 내밀며 뭐라 뭐라고 하는데...

중국 말이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상처에 얼른 눈이 가 소독 해주며 살피니...

앞의 학생들과는 달리 병원 갈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스러웠단다.


 이따금 중국 학생들이 동물들을 데리고 병원에 오면 말이 통하지 않아...

컴퓨터에 한글로 간단한 문장을 쓰고 중국어로 전환하여 의사소통을 한다는데

퇴근하려고 컴퓨터를 이미 끈 상태라 답답했지만 대충 해석을 해보자면...

길을 가다 고양이가 예뻐서 쓰다듬었더니 학~ 하고 할퀸 경우였다나?

야생고양이는 공격성이 잠재되어있어서 발톱 몇 개만 지나갔어도 아휴~~~ ㅉㅉ

손바닥이 해졌다며 한동안 따끔거릴 것으로 예상하였다.


 나이도 어리고 다른 나라에 혼자 공부하러 와서 겪었을 작은 일이지만...

피가 보이고 의지할 사람이 없자 무서웠는지 연신 눈물을 흘려서,  

ㄱㄹㄷ다녀요? Language course? 괜찮습니다. Don,t worry, Don,t worry!...^^

안심을 시키며 연고를 바른 다음 거즈를 대고 붕대로 감아줬는데...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얼...마..에요?" 하더란다.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했더니 또 흐느끼면서 "고...맙..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찡~~~ 했다.

응급처치가 되었을 것이고 특히 중국 여학생 경우에는 사드로 민감해져있는 

양국 관계에서 민간외교를 했다는 생각에 응원해주었다.





   2017년   8월   28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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