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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우연한 발견!

평산 2018. 1. 7. 15:43


 베란다 붙박이장에 문을 열면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다.

여닫이문이지만 열리는 나머지 공간에 덧붙어 있는 곳인데...

사다 놓은 수세미가 있을까 손을 더듬다...

보이지 않는 공간을 휘저으며 설마? 하는 두려움이 스쳤다.

로마의 휴일에서 나오는 진실의 입처럼 순간적으로 손을 꽉 붙잡으면 어쩌나?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무엇이 딱 걸렸다.

기다랗고 묵직한 것이 만져졌던 것이다.

 '뭐지?' 


  

 



 까만 무엇이 가득 들어있는 페트병이었다.

보아하니 간장일 듯했지만 조심스럽게 열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숙성된 콩 맛이라고 해야 하나...ㅎㅎ...

소태처럼 쓰진 않았고 진한 짠맛이 느껴지며 끝이 달달했다.

 

 이틀 정도 머리에서 간장이 맴돌았다.

주부가 이렇게 모른다니 말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사 올 때 부엌이 아닌 곳에서 보관하다 포장이사니까 무심코 베란다에 넣었을까.

당시에 부엌은 비가 새서 컴컴한 창고에 넣어둔 것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어렴풋이 엄마가 항아리를 비우며 마지막이라고 전해주신 간장 같은데,

기억나는 것이라곤 이것 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병에 날짜가 쓰여있는지 찾아보다 글씨가 희미해서

돋보기로 살폈더니 2003년 8월이 유력하였다.

3자가 9자와 헛갈렸으나 오래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3에 이끌린 게 아니고,

동그라미가 이어지지 않았으며 9 자라면 최근이라 말이 안 되었다.

힘들다며 장을 담그지 않으신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15년은 흘렀다는 뜻인데...

이건 필시 왜간장에 길들여진 나에게 조선간장의 깊은 맛을 느껴보란 엄마의 바람이었나?

참기름에 쇠고기 몇 점 달달 볶다 발견한 간장을 넣고 뭇국을 끓였더니,

시원하고 정갈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졌다.

어째 이런 반가운 일이!...^^*





 2018년  1월  7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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