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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달밤에 체조 대신

평산 2018. 1. 31. 12:34

 빨래를 해야 할 즈음에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여 열흘이 되어간다.

배수구가 얼어 세탁은 금지되었고 빨래가 넘치기 시작했다.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다 앞으로 한 주간 기온을 살피니 다소 풀린다고는 하나

얼음이 녹을 정도는 아니어서 밤 9시가 넘어 느닷없이 손빨래를 생각했다.

 

 '욕조에 모조리 집어넣고 발로 밟아야 할까?'

 '아니지, 발이 시려 뜨거운 물을 많이 사용해야 할 테고 엎드려서 하기에는 무리야'

 '그럼, 싱크대는 어떨까?' 

 서서 하니 허리가 아프지 않을 테고 발도 시리지 않고 욕조보다 낫겠지?

 




 그리하여 반찬 냄새날까 봐 싱크대를 씻어내고 세탁기에서 반 정도의 빨래를 덜어와

따뜻한 물을 섞어 세제를 풀고는 주무르기 시작했다.

빨래를 하다 열이 나면 곤란해서 미리 옷을 알맞게 입었으며 수도꼭지 쪽과

양옆 쪽은 주무르기 쉬웠지만 바로 앞에 있는 빨래는 주무르기가 어려워...

빨래를 돌리는 작업이 필요했고 탈수 역할을 손으로 해야 하니 헹굼 할 때마다

비눗물 짜는 것이 힘들었는데 대신 하나하나 짜는 것이라 먼지가 걸려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꽁꽁 언 덕분에 손세탁을 해보는데 몸이 그런대로 성해서 그렇지 어려웠어라!...ㅎㅎ

달밤에 체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베란다에 물을 흘려보내면 안 되는 것이었으나

아무리 힘이 세도 그대로 널면 물이 줄줄 흐를 것이라 마지막 탈수는 세탁기에 몰아서 하자며

1차 손세탁 한 것을 옮기고 시계를 보니 한 시간 15분 정도 걸렸다.


  그러니까 10시가 넘어 2차 세탁에 들어갔고 빨래 주무르기는 할만했지만 갈수록

손으로의 탈수가 어려워 기진맥진에 도와달라며 잠시 물 한 모금을 마셨다. 휴~~~

 '세탁기처럼 빨아질 수 있을까?'

 '헹굼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일까?'


 그만 헹구라는데 손으로 하는 것이니 의심스러워 한 번을 더 헹구고 탈수기에 넣었는데

어느덧 다음날이 되었다. 언제 널고서 자나, 세수도 해야 하고...ㅎㅎ...

늦게 자 버릇해서 잠은 오지 않았고 힘을 썼으니 배가 고프려나 했지만 괜찮았으나,

힘이 빠지고 손이 아팠다. 세탁기에 물을 가득 넣어 빨래를 모조리 담가 놓으면 비눗물도 빠지고

다음날 널어도 되니 여유라서 좋으련만 정전기 방지를 위한 유연제는 싱크대에 뿌리고 싶지 않아

생략하고 탈수를 한꺼번에 해서 방으로 안고 들어왔는데 세탁기로 빨 때보다 맑고 환해서 기운은

없어도 기분이 좋았다. 빨래를 만질 때도 먼지가 한층 덜했으며 널로 나서도 방바닥이 말끔했다.

물론 탈수기에서 나온 물은 받아서 보물처럼 안으로 들려와 버려야만 했다.


 이왕 늦었으니 천천히 하자며 한밤중인데 동영상을 틀어 놓고 귀로는 들으며...

빨래를 손질했는데 옷걸이가 항상 남는 편이었으나 다 사용하고도 모자랐다.

피곤해서 고양이 세수만 하고 잘까 하다 오래도록 서있었더니 종아리가 묵직하여,

따뜻한 물로 씻고 누워서 발을 높이 들어 털어주고는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2시에 가까웠다.


 다음날 일어나니 온몸이 뻑적지근하여 아침 먹고 힘을 내서 체조 한번 했는데...

방방마다 널어놓은 빨래가 보기 좋아서 배수구는 여전히 녹지 않는 추운 날씨지만

행복 가득이었다. 다음 빨래할 때쯤에는 기온이 올라가겠지!

이제 2월인데 뭐?...ㅎㅎ...





 

 2018년 1월  3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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