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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고등어 백반을 다 비우고 잠시 탈 박물관에 들렀다 부용대에 오르니 몸이 무거웠다.

물길에 애워 싸인 하회마을을 굽어보고 밤에 한다는 줄불놀이 시설도 돌아보고

화천서원에 들렀다 하회마을 만송정 숲에 다다랐는데 얼마나 걸었는지 다리가 불이 난 듯했다.

저녁으로 안동시장에 들러 찜닭을 먹고 고택에 도착하니 어둑어둑 7시가 넘었을 것이다.

 



 가방을 내려놓고 '고택음악회'가 곧 있을 예정이라 씻을 시간이 없었는데...

이 방에서 세 여인이 하룻밤을 같이 했다.




  피곤했지만 음악회는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밤이 되었다.

종부되시는 분의 환영인사에 이어 첫 번째 순서는 '가야금 병창' 이었는데

악기의 맑은 소리와 거친듯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고즈넉한 고택에 울려 퍼졌다.

도시와는 달리 외딴 집이라 산돼지나 잠시 왔을까 소리에는 민감하지 않아도 되어 흥을 돋웠다. 




 두 번째는 대금 연주였는데 '인연'이란 곡으로(제목 찾는데 오래 걸렸음) 은은하게 흘러갔다.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어디서 이런 산골에 멋진 연주자를 보내셨을까?

안동시에서 후원하는 것 같았는데 국악한마당 출연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


 이분의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에도 감동이 왔다.

아버지가 늙으셔서 자꾸 같은 것을 세 번 물어보자 아들이,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짜증을 냈을 때

이 아들을 키우며 아버지가 쓴 육아일기를 어머니가 가져와 어느 부분을 가리키셨는데,

아들이 어렸을 때 "아빠, 이게 뭐야?" 하며 자그마치 23번 똑같은 질문을 해도...

아이가 마냥 귀여웠다고 쓰여있는 부분이었다. 음악 듣다가 반성을 하고 효도 생각하고...^^




 다음은 '물들어온다, 노 저어라~~~♬' 였던가?...ㅎㅎ...

악기 없이 민요를 부르는 처자였는데 구성지게 불러서 폭 빠져들게 만들었다.

아리랑을 이어 부르며 음악회는 끝나고 피곤해서 음악이니 뭐니 했다가 행복한 밤이었지 뭔가!


 저녁에 먹은 찜닭이 짰었나? 음악회 끝나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더니,

화장실이 50m쯤 떨어져 있는데 그 밤에 왔다 갔다가 무척 조심스러웠다.

발걸음이 힘든 게 아니라 방문 열리는 소리가 뻑뻑하여 '킥킥 덜커덩~ ' 다른 사람이 깰까 봐서다.

그런데 왔다 갔다 하며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달무리를 볼 수 있었으니 아하~~ ♬




 옆에서 잤던 여인의 알람이 울렸다. 아침 6시였다.

벌써 일어나야 하나? 세수를 하고 돌아와 대충 꾸리고 집 주위를 돌아보았다.

 '서리를 밟고 서있는 위풍당당한 루(樓)’라는 뜻의 '이상루(履霜樓)'는 다락집 형태의 2층 목조 누각인데,

아래층 중앙에 밖으로 통하는 큼지막한 대문이 있으며 저녁에 음악회를 했던 곳이다.




 이 집은 안동 김씨 시조인 태사(太師) 김선평의 묘단을 지키고 제사를 받들기 위한 고택으로,

조선 영조(英祖) 26년 (1750)에 건립하였으며, 태사라 함은 당시의 지방호족세력인 김선평이 왕건을 도와

후백제의 견훤과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고려의 개국공신이 됨으로써 왕건에게서 하사받은 벼슬이었다.




 마당이 있는 이곳은 ㅁ자형으로 이상루 건너편 모습인데 이를테면 숙박동으로,

우리가 잤던 방은 왼쪽 계단 위 방문이 열린 곳이며 오른쪽 끝 방은 행사가 있을 때 가장 큰어른을 모신다고 한다.

마루에 얹어진 누각의 색바램이나 계단, 돌들만 보아도 세월을 읽을 수 있었다.




 대문 밖으로 나가 바라다본 이상루의 모습은 기단을 높게 쌓아 늠름했으며...

1층에 기둥만 남기지 않고 바람을 막아준 모습이라 따뜻해 보였다.




 이 집의 뒷문인데 식사를 준비하는 부엌과 관리하시는 분이 살고 계셨다.

하얀 벽 앞으로는 다육이들이 옹기종기 놓여있었고 기와담 밑으로는...




 부추밭이었는데 씨가 돌 틈으로 날아갔을까?

들깨와 하얀 부추꽃이 담벼락에 피어나 멋스러웠다.




 부추밭 밑으로 봉숭아가 피어난 장독대가 놓여있고...




 도라지와 대파, 열무가 심어진 채마밭으로 이어졌다.




 소나무가 가득한 뒷산을 한 바퀴 산책하며 시조이신 김선평의 묘단을 보았고,




 밤에는 절대 나오지 말라더니 정말 산으로 둘러싸인 외딴 집이었다.




  아침을 먹으려고 이상루에 오르니 육중한 천장과 기둥이 천 년은 끄떡없다는 듯 의젓했는데,




 열린 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커다란 연꽃밭이 보였다.




식사는 종부님이 직접 요리하신 반찬들로 새벽 4시에 주무셨다가 5시에 일어나 밥을 하셨단다.

매일 그러면 피곤하실 테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니 다행스러웠으며,

중앙에 있는 노란 보푸라기(?)가 황태의 살을 실같이 찢은 것인데 종가의 특별 반찬이란다.




 짐을 싸서 밖으로 나오니 비로소 해가 비치고 파란 하늘이 보였다.

고택으로 들어오는 길목은 老松이 줄지어 있고 ㅁ자형 집을 벗어나 관리동이 보이는데...

가장자리에 있는 건물이 여자 화장실이었으니 다녀오면 다시 갈 때가...ㅎㅎ




 집이 넓어 전체적으로 담기 어려웠으나 만족스럽다.

사람의 온기가 있어야 오래 유지된다는 사실에 고택의 하룻밤도 좋은 대안일 듯하였다.

일부러 체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 오게 되어 기쁘다.




 2018년  10월  3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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