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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워싼사람들

그 후 몇 시간...

평산 2019. 5. 19. 12:06



         


 간병인은 전날 오후 2시에 왔는데 다음날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당일 오후 2시까지만 한다는 것이었다.

모처럼 느긋하게 자고 있다 뜬구름 잡는 소리를 대했다.

최소한 25일 정도 일하기로 약속한 사람이 하루 만에 못하겠다고 해서 이를 어쩌나?

한편으로는 내가 간병인 두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겨 이렇게 되었나도 싶었다.

 

 그러니까 하루만 일하고 그만둔다는 이야기였는데 엄마가 간병하기 쉬운 상대가 아니란다.

동작이 느리시고 밤에 화장실도 자주 가시고...등등...

같은 값이면 젊고 편안한 사람을 간병하고 싶었을 것이다.

알았다며 나름 비상사태라 가방을 싸서 오후 2시까지 도착하여 하루 일한 값을 치렀는데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엄마는 자식들도 제 할 일들 하며

당신도 일종의 전문인이 도와주어 마음 놓이셨다가 당황스러워하셨다.

아버지께서도 오시자마자 어디 가셨냐며 물어보시고......^^


 그런데 3시간이나 지났을까 저녁 먹으려고 탕비실에 물 받으러 갔더니...

그 아주머니가 다른 간병인들과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자신도 몸이 션찮아 간병하며 잠은 좀 자야 한다더니 바로 몇 시간 만에 다른 환자를 맡아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해하고 싶었다. 하나 다른 층도 아니고 서로 만나는 게 당연한 위치라

나 같으면 돈이 급했어도 민망하여 다른 층에서 일하다 올라왔을 것 같은데 씁쓸했다.


 병원에서는 밤에 아버지께서 더 주무셨지만 나랑 둘이서만 교대했었기 때문에..

엄마가 어렵다고 가버린 간병인 때문이라도 보란 듯이 해드리고 싶었다.

갑자기 소변 횟수가 잦아지셨으니 혹시 소변줄을 오래 착용하셔서

요도염이라도 왔나(남편의 소견이었음) 검사를 하고 밤에 약을 먹고 주무셨는데...

날이 밝자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들이 의외란 눈치로 이야기를 건넸다.

 "딸이 고생스러울까 봐 엄마가 화장실도 덜 가시고 잘 주무셨나 봐요?"

 "아니요, 주무시며 약 하나 드셨고요, 편안한 마음이셨나봐요...ㅎㅎ..."



 간병인이 하루 만에 간다고 해서 몇 사람이 순식간에 혼돈이 왔지만,

엄마 옆에서 간호할 수 있어 복잡한 시장 구경 갔다가 잃어버린 엄마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난 다른 것보다 퇴원하셔서 화장실만이라도 자유롭게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라

일찌감치 나온 동그란 달님을 보자마자 다른 이야기 들려드릴 것도 있었으나,

  "달님, 오늘은 아주 깊은 바람이라 한 가지만 이야기 전합니다."

  "혼동하지 마시고 엄마 예쁘게 봐주세요!" 했다.





 2019년  5월  1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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