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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으로 나갔다.

일의 순서를 정하느라 망설였지만 눈이 녹으면 시시해져서 산에 다녀온 후하기로 하고,

아이젠을 챙길까 하다 지팡이 하나 들고 나갔다.




 정상을 넘어 둘레길로 접어들고...




 앞으로 향하면 개인 땅이 있는 막힌 곳이라 우측 돌계단으로 올랐다.

오늘이 세 번째 이 길로 들어서는 것인데 신선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눈이 와서 익숙지 않으므로 지팡이를 앞세워 정탐(偵探) 했더니 의지가 되며 잘한 일이었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자 찬바람에 나무에서 눈이 날리고...

어떤 아저씨가 추운 날씨에도 혼자 앉아계셔서 선뜻 놀랬으나 산꾼인 냥 담담한 척했다.

눈이 왔다고 특별히 전화를 들고 오고 목마를까 귤 하나 넣어왔다.




 이제 능선이 이어져 편안하였다.

눈이 온 첫날도 올랐는데 하룻밤 잤더니 긴장을 했었나 근육이 놀랬나 쑤시는 곳이 있었다.

다니는 길을 바꿔 안 쓰던 근육이 움직여서 그랬을 수도 있었다...ㅎㅎ

그렇다면 오늘 만회한다며 같은 길을 걸으려 하였다.




 햐~~~

국수나무 가지가 섬세하여 눈 얹어진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른 아침에 다녀갔는지 발자국 몇 개가 앞서 지나고...

길을 막는 나무가 있어 장애물 경주를 하였다.




 가까이 와 관찰하니 커다란 나무가 넘어진 모습이었다.




 눈길을 밟으며 설악이라 생각하면 설악이 되어 줘 행복하던 중 전화가 왔다.

 "산길 걷고 있어.""

 "그럴 줄 알았어. 눈 왔는데 집에 있을 리 없지...ㅎㅎ"




 앞으로 넘어진 나무가 여기였구나?

갈레 길이 나오면 이쪽으로 갈야 할까 저 쪽으로 갈까 하는데 눈까지 왔으니...^^

참나무 잎이 늘어져 평소에는 처량해 보였으나 눈이 쌓여 소담스러웠다.




 둘레길과는 40~ 50m의 차이가 났을 뿐인데 눈이 더 내린 모습이라 신기하였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까만색들은 모조리 잊어버리고 다녔다.





 다른 길로 접어들었나?

처음 대하는 어린 소나무가 예뻐서 잠시 멈췄는데 장갑을 꼈어도 손이 시럽 더만,

인기척에 돌아보니 차갑고 잔뜩 흐린 날 맨손으로 책 한 권 들고 지나는 사람이 있었다.




 사유지를 표시한 듯 철조망을 지나...

(아무리 사유지라지만 철조망을 보고 사람의 마음을 짐작해보게 되네.)




 다니던 길과 만나는 지점까지 불과 1km쯤 왔을 뿐인데 폰은 에너지가 닳아서 화면이 까맣게 변해 있었다.

똑같은 100%의 에너지를 채워도 날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었으니...

2년마다 바꾼다는 이야기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고도가 낮은 운동장은 확실히 눈이 덜 온 모습이었다.

까만 화면이었지만 장난 삼아 찍어봤는데 운동장과 멀리 북한산 보현봉이 나타나 기뻤으며,

지루하던 겨울 회색빛에서 하얗게 살아난 세상을 거닐어 행복하였다.






  2020년   2월  19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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