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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 없이 봄날이 좋았다.

도라지를 까려고 엊저녁에 씻어놨더니 

물기가 알맞게 말라 다듬기 좋았는데

지금 아니면 말라서 껍질 벗기기 어려울 테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가 저울질의 시작이다.

 

 

 

 간단하게 보따리를 싸다가...

할 일을 두고 어디 가냐며 망설이다

좀 마르겠지만 내일 하자며 짐을 챙겨 우이동으로

향했다. 그동안 걷기 연습을 했으니 가고

싶었던 곳에 가보고 싶었다. 버스에서 내려

우이령 쪽으로 향하는데 공사가 몇 해 중단되어

흉물스럽던 건물이 멋진 리조트로 매듭지어져

깨끗해졌으나 이상하리만큼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육모정고개로 향하며 앞서가는 여인 한 명을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다. 레깅스에 긴 머리를 하고 

단정한 모자를 쓴 젊은이로 보였다. 발을 조심스럽게

디디며 향하는 모습이 산을 잘 타는 사람 같았다.

걷는 빠르기도 얼추 맞아 치고 나갈 필요가 없었다.

많이 들었던 팝이 흘러나와 비슷한 또래인가?

 

 고개에 도착하여 인사를 건넸다.

말동무하며 같이 걷자고 제안하려는 찰나

다리가 아파 여기까지만 매일 오른단 소리에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길은 외길이지만 오늘따라

사람 없는 깊은 산중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돌아갈 마음은 없었다.

나름 긴 산행이라 물 한 모금 마시고 일어섰다.

 

 

 

 진달래능선보다 진달래가 많이 피는 곳이어서 

기대하고 왔지만 진달래가 피지 않았음을 이미

알고서 사람들이 오지 않았을까?

바위를 타야 하는 구간이 나와 미끄러질까

나무뿌리 쪽으로 오르며 하~~~ 

뿌리가 기막히구나!

 

 

 

 능선 양옆으로 보이는 잔가지 나무들이

모조리 진달래인데 북동쪽 해가 짧은 곳이라

봉오리도 맺히지 않았었다.

 

 

 

 가장 어려운 구간이었을 것이다.

스틱을 왼손에 걸고서 두 손으로 난간을 잡고 

올랐는데 사람이 없어 서두를 건 없었지만

머리 위 까만 구름에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으스스했던 곳이다^^

 

 

 

 바위에 오르니 시야가 확 트여서 

북으로는 도봉산의 오봉과 우람한 자운봉 무리가

 

 

 

 동쪽으로는 도봉구, 노원구 일대가...

 

 

 

 남쪽으로는 멀리 잠실 빌딩이 보이며...

올 때마다 우리 동네를 찾으려 해도 모르겠더니

아무도 없어 느긋하게 살피다 발견하여 기뻤다.

음지가 없어 이곳부터는 무섭지 않았다.

 

 

 

 그러고는... 

힘줄이 드러난 영봉에 도착하였다.

여기저기 사람 소리가 반가웠다.^^

 

 

 

 인수봉아, 인수봉아~~~

그립고 보고 싶었다. 오고 싶었어!

2020년 9월이 지나 만났으니 얼마 만인 거니!

다리가 아픈 이후에는 못 올 줄 알았는데...

이제 멀리 서나 바라볼 줄 알았는데

마주할 수 있어 가슴이 찡하구나!

 

 

 

 앉았던 자리가 반가워 얼른 밑으로 내려갔다.

먹순이지만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다.

올라온 보람을 물씬 느끼며 바람에 날아갈까

마스크를 배낭에 묶어 햇볕에 말리고

다리를 유심히 살폈는데 집까지는 갈 수 있겠더란다.

 

 구름의 이동이 빨라 따스하다가도

검은 구름이 인수봉을 덮으면 급하게 써늘해지며

일순간 바람을 일으키는 위엄이 있었다.

 

 한 무리의 일행이 저기가 좋겠다며 몰려왔다.

그들에게 뒷모습을 한 장 부탁하고 자리를 내주었다.

내려가는 시간이 있어 넋 놓고 있으면 안 되었다.

 

 "사진이 외로워 보이는데요!"

아저씨의 말에 내 생각을 늘어놓진 않았다.

입속에서나 맴도는 말이 있었으니...

 '그리 보일 수 있지만 당당함이랍니다.'

 

 

 

 

  2022년 4월  6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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