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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다가 물 한잔 마실 겸 안으로 들어갔다.

생태학습관은 저학년 아이들이 체험하는 곳으로 

예약해야 한다니 밖으로나 한 바퀴 돌았다.

 

 거창하고 멋있게 이름 지으려고 '생태경관보전지역'인가

했는데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하여

보호가 필요한 지역에 환경부장관이나 시. 도지사가

지정할 만큼 중요한 곳이었다.

 

 버드나무로 양치질을?

내용이 따로 쓰여있질 않아 찾아봤더니...

 

 

 버드나무 가지의 껍질을 벗기고 목질 부분을 잘근잘근

씹으면 칫솔모처럼 만들어진다나? 그럴듯했다...ㅎㅎ

칫솔이 없을 때는 이게 어디야!

 

 햐~~~

걸어 들어가며 쭉 뻗은 길에 참 기분이 좋았다.

산책하는 사람은 우리뿐이라 고즈넉하니 

관찰데크가 넓게 조성되어 있었다.

 

 원래 논농사를 짓던 이곳은 충적토(토양물질이

물에 의해 운반 및 퇴적된 흙)여서 벽돌을 만들기 위해 

흙을 채취하다 보니 웅덩이와 습지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오자 물에 잠긴 습지가 여러 개 보였다.

 

 때로는 일부러 물을 대주는지 호스(hose)가 보이고...

생태체험장을 지날 무렵에는 나무나 풀이 겨우내

정리되지 않아 을씨년스러워 돌아 나오는데...

 

 조류관찰대가 있다며 어서 와보란다.

멀리서 보면 허름하더니 가까이 다가가자 벽면에

여기저기 구멍을 뚫어 새들이 놀라지 않게 살펴보는

장소여서 그냥 지나쳤으면 후회할 뻔했다.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관찰창은 생각보다 컸으며,

 

 실제로 중앙연못의 오른쪽을 바라보자 우아한 

백로가 보였고 여기저기서 새소리가 들려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사람만이 아니라 새들과 곤충, 습지에

사는 생물들도 쉼터가 있어야겠구나 싶었다. 

 

 백로가 있던 건너편의 이어진 연못으로 꽤 넓었다.

물속에 비친 나뭇가지들이 선명하여 봄이 오기 전

겨울나무를 즐겼다 할까? 

 

 돌아 나오며 몰랐지만 하트모양이었구나?

푸르름이 없어도 웅덩이가 보기 좋아 봄이 오면

얼마나 싱그러운 산책길이 되려나!

 

 우리가 살고 있는 곳보다는 이곳이 남쪽이라고

새싹들이 보이고 산수유 봉오리가 통통했으며 

회양목은 꽃을 피웠더란다. 오늘 걸어온 길만 해도

10km는 됐을 텐데 천천히 돌아 보며 보상을 받는 듯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었다.

 

 논두렁 가운데 이런 판자가 있어 지나치지 못하고

건너는 중 해님이 방긋 아는 척을 하였다.

징검다리가 살짝 내려앉는 느낌에 좋았다지!

 

 서울의 둘레여서 비교적 넓은 땅에 이런 습지를 만들고

예정에 없이 불쑥 들어가 걸었지만 다리가 아프기는커녕

차분하게 오늘의 정리가 저절로 된 듯하여 뿌듯한

마음으로 나왔다. 논두렁에 모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 푸릇푸릇 다시 와보고 싶구나!

 

 

 

   2024년 3월  11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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