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잠시 하산(?) 하고 동네 한 바퀴 돌다 느릅나무를 발견하였다. 뒷산에 박목월 선생의 '청노루' 詩碑가 있는데 '산은 자하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나는 열 두 굽이를... ' 이란 구절이 나와 느티나무와 비슷할까 궁금했었다. 느티나무에 비하여 잎이 부드럽고 잔잔하였다. 껍질 또한 야성미보다 포근함을 주었다. '운동을 많이 해서 불룩 알통이 나왔을까?' 느릅나무 중에서도 가을에 꽃이 핀다는 참느릅나무였는데 껍질이 약재로 쓰인다 하고 쌀이 귀한 시절에는 죽을 만들어 먹어 구황식물이기도 했단다. 키가 커서 이파리 구경이 힘들더니 같은 곳을 여러 바퀴 도니까 해가 점점 서쪽으로 기울며 낮은 곳을 알려주었다. '참느릅나무야, 다리가 시원찮아 너를 만났구나!' '반갑다, 반가워!...ㅎ..
의암호 얼굴 중... 그다지 화려함은 없어도 은은하니 너무 튀지 않는 사람처럼 닮고 싶은 장면이었다. 옥색의 물빛에 사그라지는 벚꽃과 이미 생명을 다했나 싶은 나무가 어우러져 잔잔한 평화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들 중 하나가 청춘시절 남자 동기들과 저녁에 만난다 했어도 언제 그곳에 들러 집에 오나 싶은 게 미련 없이 즐거움으로 도착했는데 저녁을 먹고 설거지할 즈음 느닷없이 동기들과 음성통화가 이루어져 침착함은 도망가버리고 심장 부근에서 뜨거운 불길이 올라왔었다. 10년 전쯤 만났었나? 시간이 흘렀다며 얼굴 보자는 이야기였다. 오랜만이라 존댓말이 흘러나왔지만 그냥 이름을 부르잔 소리에 잠시 격양된 목소리로 영희야 철수야 곧 만나자 했었다. 희끗희끗 세월이 훌쩍 가버렸음은 어찌하리! 그들이 보고 싶고 ..
마지막 눈이었을까! 싸락눈이 살포시 왔었다. 시루떡 한 켜의 떡가루만큼 이었다. 바람은 잔잔한 편이었으나 산마루에 오르니 발자국 지나간 자리만 남기고 나머지 눈은 날아가버린 예술작품을 대할 수 있었다. 바닥이 짙은 초록이라 더욱 선명하게 나타났다. 자세히 볼수록 빠져들었는데... 자연과 인간이 만든 하얀 발자국이었다. 참나무 잎이다. 잎만 쌓여 있을 때보다 보일 듯 말 듯 아름다웠다. 뭐 하나 걸치고 있을 때가 보기 좋은 것이다. 발디딤이 부드러운 소나무 잎이다. 바스락거리는 참나무 지날 때도 급해보았고 소나무 밑에 앉아 지그시 눈 감은 적도 있는데 소리 없어 얌전하고 편안했던 소나무 밑을 잊을 수 없다. 여인의 발자국도 남겼다. 오(O) 다리를 경계하며 일자로도 걸어보는 것이다. 五感을 버리고 뒤로도 ..
어제 들었던 인문학 강의다. 스스로 함량이 커지는 방법을 들려주셨는데, 누구나 그릇을 키우고 싶을 것이라 실천해보자! 1. 완성된 인간을 꿈꿔라! 이보다 더 큰 꿈은 없다. 내가 하는 일이 완성되는 인간에 도움이 되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마라. 뜻과 포부를 크게 가져라! 자잘한 삶까지 살아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2. 좋은 습관을 가져라! 좋은 습관이 없으면 인간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글 쓰는 것이 꿈인 사람은 전쟁이 나더라도 원고지 2장은 꼭 쓰고 잔다. 책상정리나 이부자리 개는 것은 기본이다. 3. 엄청나게 강한 지식욕을 가져라! 일단 아는 것이 많아야 그릇이 커진다. *이 나이에~~~ *아이고~~ 이제 늙어버렸어! *돈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하고 핑계 대지 마라! 이런 사람은 해볼 ..
이 나무 이름도 알고 싶었는데 드디어 알게 되었다...ㅎㅎ '중국단풍나무!' 중국이 들어가서 의외였지만... 단풍이 아름다운 또 다른 단풍나무다. 잎의 색은 여러가지로 아주 붉은빛도 있으며...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보통 단풍나무의 수피는 매끈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중국단풍나무는 복자기나무와 비슷한 모양으로, 수피가 단단하지 않고 잘 벗어지게 생겼다. 뒷산에 있는 중국단풍나무의 군락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며 잎이 모조리 연노랑이어서 주위가 환하니 아름다웠다. 2020. 11. 12. 평산의 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