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거지를 하는데 음악소리가 들렸다. '누가 이렇게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지?' 이상한 사람이라며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다시 악기소리가 들려 웬일일까! 마침 은행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소리에 이끌려 따라갔더니 아파트에서 작은 축제를 한단다. 귀에 익숙한 음률이었고 더위를 느끼지 못할 만큼 아름답고 시원스러워 발길을 멈추고 한동안 들어보았다. 커다란 소리에 이웃 배려가 없다고 생각했으면서 생음악이 듣기 좋다며 리듬을 타기도 했다...ㅎㅎ 한 가지 끝나고 다른 것을 하면 온전히 집중했을 텐데 소리야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니 손에 무엇을 쥐어주는 프로그램이 나타나자 어린이들과 어른들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속에 동요가 일어나고 미소가 흘러나오며 붕 들뜨기도 해서 축제를 여는 효과가 나에..

우산을 들고 갈까 서쪽 하늘을 바라보니 무거울 것 같아 그냥 나갔다. 비가 와도 안전한 곳은 운동장이지만 평지는 역시 걷는 재미가 덜해서 숲으로 들어갔다. 여차하면 가까운 정자(亭子)로 피할 수 있어도 둘레길을 한 바퀴 돌려면 정자에서 멀어지는 구간이 있는데 비가 몇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방향을 바꿀까... 그냥 앞으로 향할까 마음속은 생각 중이었어도 발은 앞으로 향하고 있어 걸어가며 기도를 했다. '정자까지 가는데 2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조금만 참아주시면 최대한 빨리 움직이겠습니다.' 처음에는 기도가 효력을 발휘하나 싶었는데 정자에 도착하기 5분 전쯤 후드득하다가 쏴아! 걷다가 급해져 달리기 시작했다. 모자를 써서 그나마 덜 젖었는데 이미 정자 주변에는 아저씨 두 분이 서 있었고 연세 있으..

비가 오기 전 구름이 잔뜩 꼈다. 아침 9시경 동쪽 하늘로 이런 구름은 드물기에 집안 일 하면서 계속 지켜보는 날이 되었다. 주위에 건물이 없어 훤히 보이면 좋겠지만 집에서 보는 나의 하늘 크기는 항상 요만큼으로 청정한 날 별 8개의 만남이 여태껏 최고다. 청소를 마칠 때쯤 구름이 동쪽으로 흘러가 해무리를 달고 방긋 해가 드러났다. 아무것도 없는 파란 하늘은 해맑아도 공허해서 뭉게구름 아닐지언정 떠다니는 구름이라 덜 심심하니 보기 좋았다. 변화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 낮시간을 보내고 문득 저녁 하늘을 봤을 때 서쪽으로 해가 넘어가며 건물들 환하게 비추고 분홍구름을 만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서쪽하늘은? 부엌 쪽 창으로 얼굴을 돌리자 우와~~~ 구름은 여전했으나 노을이 근사하게 펼..

'철골소심'이라 알고 있는 난蘭 화분이... (블로그 친구분이 알려주셨음) 올해로 가장 많은 싹을 틔웠다. 20년은 족히 넘었으나 분갈이 한 번을 못 해줘서 영양이 하나도 없을 텐데 동글동글한 돌이나 나무껍질로 다시 심어주면 될 테지만 경험이 없어 모조리 쏟아 뿌리를 대하는 것도 큰일이고 귀찮으며 겁이 나는 것이다. 보다 못해 몇 년 전 퇴비라도 얹어주었다. 핼쑥하여 무엇이든 먹고 힘내라는 뜻이었지만 공기 잘 통하라고 물 잘 빠지라 돌에다 심어주기에 흙을 얹어 숨 가빠졌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원래 잎이 길어서 자리차지에 묶어주기도 했는데 철사처럼 강하고 단단한 새싹들 나왔다고 어느 날 갑자기 난생처음 20년 역사의 잎들을 미련 없이 싹둑 잘라 새로 나온 싹들만 남게 해 주었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는 잘 ..

숲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연이어 비가 와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비 그치자 매미들 마음이 급해진 것 같았다. 하루 차이로 많은 우화껍질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참나무에 다닥다닥 껍질이 붙어 있는 것을 본 후 소나무, 플라타너스, 단풍나무, 사방오리나무, 잣나무 등에는 흔적이 없었는데... 다음날은 어떤 나무에도 매달려있으며 우화껍질이 겁나게 많아져서 숲의 변화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플라타너스에 매달린 우화껍질! 암매미가 나무껍질을 뚫고 알을 낳으면, 나무속에서 약 1년간 있다가 다음 해 여름에 부화되어 애벌레는 바로 땅속으로 들어가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고 3~17년까지 자라는데 폭우가 연이어 오면 매미의 약충이 생존하기 힘들어서 올여름에는 성충이 적을 것이라 예상하더니 비 그친 후 하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