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에 가면 내려올 즈음 거꾸로를 해본다. 기존에 했던 물구나무서기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수동으로 바퀴를 돌려야 해서 지탱하느라 힘이 들었는데... 새로 발견한 거꾸로는 몸을 뒤로 저치기만 하면 기울어지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 팔을 아래로 뻗고 힘을 최대로 빼보며 여유로워서 좋다. 개미가 왔다 갔다 하니 훌훌 털고 모자를 쓴 채 해보는데 여름날이라 습기가 많아서 그런가 어느 날부터 저절로 방사선 사진(?)이 찍혀 재밌기도 부끄럽기도 했다...ㅎㅎ 걷기 시작하여 산을 오르는 30분 정도가 가장 땀이 많이 나며 이곳에 도착할 즈음은 1시간이 넘은 시점이라 서서히 식는 구간임에도... 이날은 건조하여 빨리 말라서 그렇지... 선명하게 남기도 해서 의문이 들었다. 숲에 갈 때는 모기에 대처하느라 긴팔 긴바지를..
아까시가 활짝 펴서 풀 내음이 가득하다. 산에 들어서면 낮게 드리운 향기로 달달함에 마스크를 벗고 숨을 크게 쉬어본다. 아카시아는 열대지방에서 자라 기린이나 코끼리의 먹이가 된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자랄 수 없는 나무여서 '아까시'가 맞는단다. 지나며 물 대신 몇 가닥 먹어보는데 작고 까만 날파리가 보여 멈칫했다. 벌레도 달콤함에 당연하겠지!^^ 다른 나무들 한참 봄이어도 소식이 없어 답답할 즈음에 일순간 벙그러지는 꽃으로 이렇게 앙상했던 모습이(4월 24일) 불과 보름 만에 쑥쑥 자라나 잎과 꽃까지 터트렸지 뭔가!(5월 10일) 고목이 많아 수령(樹齡)이 오래되었을까 했는데 아까시는 20~ 30년이 흘러 청년기를 지나면 팍삭 늙는다고 한다. 고사목으로 서있다가 바람이 조금 불어도 넘어지기 일쑤여서 작년 가..
아버지께서 농사지으신 가을 무의 특징은... 단단하며 겉모습이 거칠고 물이 적다는 것이다. 꼭 세수를 여러 날 하지 않은 아이의 얼굴 같아도 썰어보면 유리알처럼 단단하고 투명해서 지난번에는 장아찌를 담갔고... 요전 번에는 제주 무와 섞어 무생채를 했으며 겨울에 어묵탕도 여러 번 끓여 먹었다. 주신 무를 다 가져오지도 못했다. 들고 와야 하니 무거워서... ^^ 알배추 겉절이를 해간 며칠 전에는 쪽파와 무 두 개를 주셔서 무심코 들고 와 생각지도 않은 쪽파김치를 했는데 무는 어떻게 할까 하다... (양념으로 사용하기에는 쪽파가 많았음) 처음으로 쪽파김치에 넣어 해결해 보자며. 파의 연함에 맞게 무를 작고 얇게 썰어 소금에 절이고 같이 버무렸더니 얼마나 맛있던지? 평소에 파김치는 인기가 없었고 겉절이보다는..
눈 많이 올 테니 대중교통 이용하라는 문자가 10개는 왔을 텐데 밖을 내다봐도 소식 없다가 아침 9시가 넘어 오기 시작했다. 금세 나가면 바닥에 눈이 없어 재미없다. 오후까지 기다려보자며 그 사이에 눈이 감겨와 따뜻한 이불속에서 좀 놀았다.^^ 어느 집 뒤꼍의 대나무가 눈 덮혀 신선이 노니는 곳일 듯 보기 좋았다. 이런 맛에 산에 오는 것이다. 이때가 오후 2시 29분 58초... ㅎㅎ 평소에 안 갖고 다니던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혹시 미끄러질까 등산 막대 하나 챙겼다. 풀들의 자연스러운 늘어짐, 볼품없던 바위도 근사하구나! 헛! 정상에 오르니 벌써 누가 눈을 모조리 치웠다. 부지런하시지, 시원섭섭한 마음을 안고... 하얀 눈 밟고자 조붓한 옆길로 들어섰다. 빗물 고이는 계곡의 회양목을 지난다. 가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