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에 밤을 수확해 와 앞집에 벨을 누르니 아무도 안 계시는지 소리가 없어 문고리에 걸기에는 비닐이 찢어질까 봐 현관문 옆에 세워놓고 들어왔다. 그 후로 아주머니를 몇 번 만났지만... 밤 이야기는 한 번도 나누질 못했다. 고맙다는 말 듣기 위해서가 아니었으니 그럭저럭 두 달이 흘렀는데... 밖에 나갔다 들어오며 아주머니를 만나 뵙고 이제 오냐며 인사를 주고받은 지 5분이 지났을까 벨이 울렸다. 옷을 벗어 세탁기에 넣은 후라 부리나케 눈을 돌려 티 하나 챙겨 입었다. 갑자기 외출복에서 뒷동산 운동티를 입은 것이다. "누구세요?" 앞집 아주머니께서 딸이 사 왔다며 떡을 건네셨다. 그동안 말씀은 안 하셨지만 염두에 두셨을까! 포장도 근사하고 떡이 넉넉해서 드린 밤 생각이 번뜩 났다. 왔다 갔다 차비는 들었..
개보다 고양이 치료는 항상 어렵다 합니다. 본능적으로 방어하기 위함이겠지만 병원에 오면 바짝 긴장을 하며 움츠렸다가 알 수 없는 순간에 하악~ 소리를 내며 할퀴기 때문입니다. 수술 후 마지막 꿰맬 때에도 마취가 끝나지 않았는데 학~ 소리를 내며 다리를 빠르게 휘젓는 경우가 있다네요. 야생 고양이라도 먹이를 줄 때는 순순히 다가올 수 있지만 막상 캣맘들이 예방접종이나 불임수술을 해 주려고 마음먹을 때에는 붙잡아 데려와야 하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고 대부분 박스에 넣어온다는데요. 박스를 열 때마다 하악~ 하악~ 크르렁대는 소리에 조심해도 어떨 때는 후다닥 뛰쳐나가 구석에 숨는 경우가 발생해 어렵게 잡아 치료하는 데는 10분인데 장장 2시간이 걸려 혼을 쏙 빼놓는 경우가 있답니다. 그나마 상처가 나지 않으면 다..
멋진 모습을 보여준 가을에게 감동하며 집으로 돌아왔더니 알 수 없는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누구누구지?" 목소리가 청명하여 학교 때 친구일 것 같아 누구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선희 엄마라 하셨다. 여러 학교를 지나는 동안 선희란 이름이 많았지만 "엄마가 너랑 만나고, 전화하고 싶어 하신다.'며 몇 번 언질은 있었으나 전화하실 줄은 몰랐다. 선희는 중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고 여고는 달랐어도 여전히 초등학교 주변에 살아 간혹 소식이 오고 갔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데 반하여 어머니는 적극적이셔서 선희 아버지께서 은행지점장으로 계실 때 은행원 중 한 분과 누구를 소개(?) 해줬으면 하는 소식이 와서 어쩌다 동생 시누이를 소개하여 결혼에 성공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당사자끼리 만났기 때문에 선희..
'숲속의 버터'라 불리는 아보카도다. 씨가 워낙에 커서 호기심에 심어보았는데 약 15cm 자랄 때까지 나뭇가지를 꽂아 놓은 듯 잎 소식이 없다가 노루귀처럼 말쑥하게 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은 8월에 들어서였다. 그 후로 45일이 지난 9월 18일의 모습이다. 화분에는 바위취가 자라고 있었으나 전혀 미안해하거나 낯설어하지 않고 쑥쑥 자랐다. 잎이 6장 정도 나온 후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 옆에서 또 다른 씨앗 하나가 발아되어 키가 비슷하게 자랐다. 멈칫할 때는 가만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잎을 6장 정도 만든 후 어느 정도 길러낸 다음에야 다시 힘을 모아 잎 6장을 내미는 방법으로 커갔다. 그 모습은 마치 몸을 잔뜩 움츠렸다가 폴짝 뛰는 개구리를 연상케 했으며 잎이 크고 넓어 밑으로 처지기도 했다. 먼저 나온..
어렸을 때 만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지만 동경하지 않았다. 동화책도 읽지 못하고 살았다. 요즘은 심심하면 웹툰도 들춰본다. 순정이나 연애 이야기를 주로 읽는 편인데 그림체도 참고하는 편이며 만화지만 배울 점이 있고 섬세한 이야기에 울컥해지는 부분도 있다. 인터넷을 통하여 연재하고 배포하는 만화를 웹툰이라 하며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라나? 이런 것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읽었거나 읽는 중인 웹툰을 대충 정리해 보면, 1, 연속극으로 만들어진 여신강림 (처음에는 두근거림이 있었으나 점차 재미 없어짐) 2, 한강 예찬 (한강을 좋아해서 보게 되었는데 의미 있었음) 3, 열녀 박 씨 계약결혼젼 (시대를 초월해서 펼쳐지는 만화로 재밌음) 4, 재혼 황후 (황후도 재혼할 수 있음을 시원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