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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다른 길로 향하니...

평산 2019. 2. 14. 15:43

 

 둘레길을 돌아 북동쪽으로 향하면 해가 들지 않아 분위기가 칙칙하다.

마지막으로 오르막인 계단이 100m 가량 산 위로 뻗어있는데...

일정한 속도로 쉬지 않고 정자 있는 곳까지 오르려면 장딴지가 뻐근해서

난 이 길을 다리 튼튼하게 길러주는 곳이라며 평소에 즐긴다.

 

그러나 겨울철이면 황량함에 문득 다른 길로 향하고 싶었다.

일 년에 한번 오를까 말까한 곳으로, 입구를 단장하여 궁금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가다보니 입구만 고쳤을 뿐 계단보다 짧은 길임에도...

가파르고 건조해서 미끄러지며 붙잡을 곳 없는 험한 곳이라 당황스러웠다.

특히 이 지점은 밑에서 한 발로 오르기에 벅찼고 흙을 싼 주머니들이 모조리 터져 발 디딜 곳이 없었다.

고작 2m에 바짝 몸을 숙이고 중심잡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곳을 지날 때면 6.25 때 만들어진 참호(?)일거야, 짐작만하다...

북으로 향한 군사시설들이 침식 되고 허물어졌지만 나름 교육적 가치가 있어보여서,

언제,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구청에 여쭈었더니 물어물어 녹지과로 연결했으나 모른다 하고,

공원관리소, 지역구의회, 수도경비사령부에 전화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논문을 쓰는 것도 아니고 단지 두 줄 정도의 역사를 알고 싶었을 뿐인데 놀라웠다. 

山 전체가 공원이며 사용하지 않는 군사시설이라 비밀로 할 무엇도 없을 터여서

팻말이라도 하나 세워두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텐데 아쉬웠다.

여태껏 이런 질문한 사람도 없었다니 나만 호기심이 일었을까!

 

 난 이 길을 그 후로도 몇 번 올랐다.

길은 갈수록 닳아 적응이 어려웠지만 새로운 환경에 상상력이 발동하고,

첫눈이 온 이후로 온통 컴컴한 갈색이어서 지루했는데 참신하게 느껴졌다.

때때로 기분전환 할 겸 다른 길로도 향해볼 일이다.

 

 

 

 

  2019년  2월  14일  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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