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을 지나 경복궁의 흥례문 앞이다. 잼보리 대원들이 앉아서 쉬는 듯하였다. 어느 나라 청소년들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서양인 동양인으로 구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단체로 움직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몇 명이서나 하물며 혼자 다니는 청소년도 있었는데 나이가 지긋한 대원들도 보여 인솔자구나 추측했다가 이들과 같이 다니는 청소년은 드물어서 어디서나 선생님과 함께 하기는 부담인가 싶었다. 힘내라는 뜻으로 "하이" 하면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근정전 앞이다. 창경궁보다 도시 중심에 가깝다고 구경꾼들이 더욱 많았고 외국인들이 절반은 넘을 듯해 우리나라만의 경복궁은 이미 아니었으며 코로나 이후에 분위기가 한층 화사했졌음을 실감하였다. '이들을 실망스러움 그대로 보낼 순 없다'고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었..
태풍이 오기 전 모처럼 흐린 날이었다. 신문을 읽다가 잼버리 청소년들이 우리 동네로 온 것을 알고 마음속으로 무척 반가우며 오늘 걷기는 구경도 할 겸 창경궁으로나 가볼까 싶었다. 창경궁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어 명동을 가볼까? 그곳은 복잡하고 걷기에는 남산까지 가야...ㅎㅎ 여러 갈래로 생각이 미치다 교통이 편리한 광화문을 떠올리자 걷기에도 구경하기에도 잼버리청소년들을 만나기에도 좋겠어서 시원한 복장에 샌들을 신고 나갔다. 몇 달 만에 광화문은 확연히 변해있었다. 전시회처럼 꾸민 곳도 여럿이었는데 바닷속 바위와 조개를 보여주는 영상인지 선명하고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새롭게 단장한 후 숲도 제법 우거져 서울의 한복판임을 실감할 수 없었다. '캠핑가든은 어떤 곳일까?' 낮인데 작은 전구들이 켜있..
마트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사고 생선 있는 곳을 한 바퀴 둘러보다가 깐 조개를 발견하였다. 150g씩 담아 있었는데 이 계절에 조개젓을 해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싱싱해서 3팩을 사 왔다. 깨끗하게 씻는 것은 아니라니까 샤워기를 대충 움직여주며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뺀 후 비린내 나지 말라고 소주 몇 수저와 소금을 짜지 않게 해서 냉장고에 넣었는데 금방 거품이 올라왔다. 예전 글을 찾아보니 요번이 세 번째 담그는 거였다. 비린내 날까 봐 적어도 한 달은 숙성시켰는데... 동영상에는 하루 지나 무침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이 경우 조개젓무침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님, 조갯살무침인가! 소금을 넉넉하게 넣어 짠 기운 없앤다고 다시 씻어서 무치면 아무래도 젓갈의 향과 영양분이 빠져나갈 것이라 양이 적을 경우 싱겁게 해..
감자옹심이가 쉽다고 하여 설마 그럴까? 감자와 양파를 다듬어놓고 동영상을 찾아봤더니, 정말로 어렵지 않아 집에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보았다. 먼저 멸치 다시마육수를 만들려고 불에 올리며 옹심이 처음 먹었던 날이 생각났다. 세상에 이런 음식도 있었냐며 놀랐던... 감자를 수동으로 갈려고 큰 것으로 골라 깎었으나 한 개를 해보니 땀이 나고 모조리 하려면 세월이라 믹서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ㅎㅎ 베보자기에 감자 간 것을 꾹 짜고 난 물은 가라앉혀서 전분을 사용할 것이라 잠시 기다리는 동안, 옹심이에 들어갈 야채를 썰었다. 양파, 버섯, 풋고추, 대파... 호박을 넣으면 좋을 것이나 있는 야채만 준비했다. 먹을 생각에 행복하여 더운 줄도 모르고 선풍기 틀어놓고 하였다. 간 감자는 입자가 곱고 부드러웠으..
'철골소심'이라 알고 있는 난蘭 화분이... (블로그 친구분이 알려주셨음) 올해로 가장 많은 싹을 틔웠다. 20년은 족히 넘었으나 분갈이 한 번을 못 해줘서 영양이 하나도 없을 텐데 동글동글한 돌이나 나무껍질로 다시 심어주면 될 테지만 경험이 없어 모조리 쏟아 뿌리를 대하는 것도 큰일이고 귀찮으며 겁이 나는 것이다. 보다 못해 몇 년 전 퇴비라도 얹어주었다. 핼쑥하여 무엇이든 먹고 힘내라는 뜻이었지만 공기 잘 통하라고 물 잘 빠지라 돌에다 심어주기에 흙을 얹어 숨 가빠졌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원래 잎이 길어서 자리차지에 묶어주기도 했는데 철사처럼 강하고 단단한 새싹들 나왔다고 어느 날 갑자기 난생처음 20년 역사의 잎들을 미련 없이 싹둑 잘라 새로 나온 싹들만 남게 해 주었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는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