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내 부족함은 모르고 선생님께 건의사항이 있다고 하니 '글씨 좀 잘 쓰게 해달라는 말인가?' 하셨다. 연세가 있으셔서 농담이라도 어려웠지만 어쩌다 막내 학생이라 응석을 부려보기도 했는데, 난로 가에 앉아 茶 한잔 마실 때마다 몇 주 동안 야한 이야기를 하셔서... 글씨 쓰는 척하며 외면하다 집에 돌아와 다른 질문이 있는 결에 한 말씀 여쭈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분보다도 멋진 글씨를 쓰시는데요, 일생 동안 글씨를 접하셨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先人들의 이야기도 아실 것이옵니다. 쉬는 시간에 근사한 구절을 예로 들어주시며 그분들의 보이지 않던 지혜까지 들려주시면 어떠실지요. 점잖은 이야기들뿐 아니라 명쾌하게 웃음을 자아내는 일화(逸話)들도 많을 텐데요," 행여, 그런그런 야한 이야기에 '글씨만 ..
키워보고 싶었는데 바위취를 만났다. 나무들 밑 어두운 곳이라 자주 지나면서도 바위취가 자라고 있음을 몰랐다. 자세히 보니 한두 포기가 아니고 여인네 치맛자락만큼 군락을 이룬 모습이었다. 난간이 있는 안쪽이어서 가까이 구경할 순 없었으나... 눈이 오고 바람 차가운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고 붉은빛이 돌며 납작 엎드린 채 넘기더니, 이듬해에는 난간 앞까지 쑥쑥 세력을 펼쳐서 가져다 키워볼까 흑심이 생겼다. 세 뿌리를 허락도 없이 동냥해왔다. 빈 화분은 없고 벌레 먹은 문주란이 휑해서 그곳에 자리 잡아주었는데, 뿌리로 번식하는 줄 알았으나 주룩주룩 순이 나오며 코끼리가 먹이를 찾 듯 흙을 찾아다녔다. 어떤 줄기는 며칠 사이에 새끼를 매달고 마루를 기어 다녀 번식속도에 무섭기도 했다. 급기야 옆 화분을 넘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