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용비어천가 원문을 복사해놓고 해를 넘겼다. 며칠 전부터 조금씩 무슨 내용인지 읽어보았는데... 글씨가 요즘과 다르고 해설을 읽어보아도 고전이라 뜻풀이가 만만치 않았다. 학교에서 배운 부분은 용비어천가 제2장으로... '불휘 기픈 남ᄀᆞᆫ ᄇᆞᄅᆞ매 아니 뮐ᄊᆡ 곶 됴코 여름 하ᄂᆞ니 ᄉᆡ미 기픈 므른 ᄀᆞᄆᆞ래 아니 그츨ᄊᆡ 내히 이러 바ᄅᆞ래 가ᄂᆞ니 이며... 이외에 다른 내용이 조금 붙어있겠지 하다 125장까지 있어서 깜짝 놀랐다. 공부시간에 선생님께서 알려주셨을 텐데 딴짓을 했는지 전혀 기억에 없었다. 세종대왕께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이제라도 몇 번 읽어보고 당시의 글씨를 써봤으니 용서해주시려나? 오랜만에 집중해본 시간이었다. 어쩌면 비가 와서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책상에 준비를 하고..
해가 서쪽에서 떴다. 날도 더운데 붓을 들다니 웬일인가? 게으르지 않겠다 잘라놓은 신문은 작년 4월 기사였다. 쭈그리고 앉아 하는 일을 점점 멀리하게 되어 취미생활이 한동안 없었다. 묵향이 코끝에 닿으며 반가웠으나 붓도 벼루도 서운해 했다. *고려 말 승려 진각국사(1178~ 1234)가 지은 '산에서 노닐다(游山)'란 禪詩다. 臨溪濯我足(임계탁아족) : 시내에 가서 내 발을 씻고 看山淸我目(간산청아목) : 산 바라보며 내 눈을 맑게 하네. 不夢閑榮辱(불몽한영욕) : 부질없는 영욕은 꿈꾸지 않으니 此外更何求(차외갱하구) : 이 밖에 또 무엇을 구할까! 漢詩를 여러 개 읽어보고 구절이 마음에 들어 쓰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붓을 들었다 에 의미를 갖자며 몇 장 쓰다 산으로 내뺐다. 요즘은 글 백날 읽는 것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