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바로 지나 마트에 갔더니... 번쩍 눈에 띄는 상품이 있었다. 원래 가격의 1/5에 도라지와 토란을 팔고 있었던 것이다. "왜 이렇게 싼 거예요?" "오늘 중으로 팔아야 해서 내렸습니다." 도라지와 토란은 둘 다 다듬기가 어려워 망설여지긴 했으나 국내산이기도 했고 상품이 똘똘해서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 2팩씩 샀다. 별안간 일거리를 만든 것이다...ㅎㅎ 저녁을 해 먹고 씻어서 커다란 그릇에 담아 아시안게임 축구 후반전을 보며 도라지의 실뿌리만 제거하고 가운데를 갈라 어렵지 않게 까서 (한 시간이 못 되 모조리 까서 스스로 놀라웠음) 하루 동안 꾸덕하게 말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고추장과 올리고당을 조금 섞어 재우기만 했어도 연하고 맛이 좋아 자연스럽게 집어먹다가 파, 마늘, 양파를 첨가해 무..
옥수수를 좋아한다. 먹는 것이면 무엇을 좋아하지 않으리오! 강원도에서 군복무를 한 낭군은 그 시절에 맛봤던 찰옥수수를 먹어보고 싶다며 여름철만 되면 희망사항인데 올여름에 드디어 강원도 찰옥수수를 맛볼 수 있었다. 옥수수가 전해지고 밖에 나갔다 왔더니 벌써 6개를 껍질 까서 식탁에 얹어놓았지 뭔가! 빨리 먹고 싶어서 그랬으리라!...ㅎㅎ 옥수수 겉모습은 다소곳하니 얌전하였다. 벌레 먹은 부분, 날파리 한 마리 없이 맨손으로 만질 때도 거칠기보다는 수줍은 새색시 같았다. 마침 쉬는 날이라 이왕 까기 시작한 김에 저녁 하는 동안 껍질을 몇 줄기 남기고 다듬어줄 수 없냐 했더니 김장할 때나 마지못하여 쪽파나 다듬어주는 정도인데 흔쾌히 수락하여 웃음을 주었다. 껍질을 남기면 삶을 때 맛이 더해지겠지만 그것 또한 ..
퇴근길에 스티로폼 상자를 들고 와서... 바다낚시를 좋아한다는 처자가 물고기를 줬구나 생각했다. "지난번처럼 물고기야?" "아니 돼지고기야!" "응? 돼지고기가 왜...?..." "실험실에서 돼지를 잡았다고 줘서 가져왔어!" "돼지를 잡았다고? 세상에나~~~ ^^" 작업이 특별하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실험실 옆에서 돼지를 키워 잡았다니 별일이네! 6. 25가 터졌을 때 어머니께서는 보리밥은 드셨으나 돌아서면 배가 고프고 항상 헛헛하셨다고 한다. 하루는 동네에서 돼지를 잡는다고 하여 일면식 없어도 염치 불고하고 바가지를 가져가 내장이라도 좋으니 조금만 달라고 하시고는 푹 삶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온 식구가 국물 한 방울까지 드셨다는데 든든하며 그 영향이 몇 달은 갔다고 하셨다. 그만큼 고기의 효과가..
마트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사고 생선 있는 곳을 한 바퀴 둘러보다가 깐 조개를 발견하였다. 150g씩 담아 있었는데 이 계절에 조개젓을 해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싱싱해서 3팩을 사 왔다. 깨끗하게 씻는 것은 아니라니까 샤워기를 대충 움직여주며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뺀 후 비린내 나지 말라고 소주 몇 수저와 소금을 짜지 않게 해서 냉장고에 넣었는데 금방 거품이 올라왔다. 예전 글을 찾아보니 요번이 세 번째 담그는 거였다. 비린내 날까 봐 적어도 한 달은 숙성시켰는데... 동영상에는 하루 지나 무침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이 경우 조개젓무침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님, 조갯살무침인가! 소금을 넉넉하게 넣어 짠 기운 없앤다고 다시 씻어서 무치면 아무래도 젓갈의 향과 영양분이 빠져나갈 것이라 양이 적을 경우 싱겁게 해..
모임은 점심 때나 주로 하는데 요번에는 직장인들이 있어 퇴근시간에 종로 5가 광장시장으로 향했다. 버스에 냉방장치가 있으니 그나마 시원하였고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식재료보다는 완성된 음식을 파는 가게가 대부분이라 열기가 훅 느껴지며... 이 더위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낯선 여행지에 가면 시장을 둘러봐야 한다지만 기후가 영 달라서 생산물에 차이가 있으면 모를까 아무리 맛있어도 줄 서서 기다릴 인내심이 나에게는 부족하다. 아니 살면서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덜 맛있어도 한가한 곳으로 가거나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는 정성은 없는 편인데... 예전에 청계천을 걷다가 광장시장을 지나면 빈대떡을 먹어봐야지 했다가 기름이 넉넉해야 부침이 고소한 건 당연하여도 보이는 것과 같이 튀기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