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리에서 돌아와 삶을 물을 올리며 쑥과 냉이, 씀바귀를 옷도 갈아입지 않고 앞치마를 두른 후 씻기 시작했다. 다듬어 와서 일이 쉬웠는데 먼저 나물거리부터 삶고 그 물에 쑥도 삶았더니 아주 진한 갈색 물이 되었다. 삶은 물조차 아까워 식을까 뚜껑을 닫고서 주변을 정리하고 잠시 족욕을 하였다. 뜨끈뜨끈해서 발을 계속 담글 수도 없었는데 시원하며 몸이 노곤 노곤하였다. 다음 날 재료가 있어서 쑥 인절미를 만들어보았다. 점심 무렵에 찹쌀을 씻어 불리며 쑥을 잘게 썰었다. 가을 쑥이라 질길 수 있어 전자레인지에 넣고 다시 한번 익혀서 절구에 찧었다. 쟁반 두 개에 콩고물을 준비하고는... 고슬고슬한 찰밥에 쑥을 적당량 덜어 섞어주었다. 여름날은 더워서 송골송골 땀이 맺혔으나 날이 선선하며 요령이 생겨 쉬웠다. ..
한 달 전 가족모임 한다는 소식이 왔다. 나름 특급호텔이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요?" "방이 하나 남아 얼른 결정했다니 부담 갖지 말고 와!" 그래서 드레스 입고 가야 하냐고 농담을 했다. 호텔은 한 10년 만인 것 같다.^^ '선물로 뭘 사 가지?' 이래 저래 조언을 받고 여러 가지 생각해봤으나 현금이 좋겠다는 의견에 성의껏 넣었다. 당일날 로비에서 가족들을 만났는데 식당 앞에 줄을 길게 섰으니 기다렸다 들어가자고 했다. 다른 집들도 시간을 두고 예약했을 것이다만... 20분쯤 기다리다 갔는데도 여전히 줄이 서있었고 통로에 사람이 많자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우아하게 한번 먹어보려고 했더니만...ㅎㅎ 한꺼번에 모조리 갔다 놓고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접시에 꽉 채우지 않고 느긋하게 담아 ..
추석이 지나면 채소값이 떨어질 줄 알았다. 시금치 한 단에 7000원까지 갔고 배추는 한 포기에 15000원까지 행진하더니... 요즘 울 동네 무 한 개는 5000원이다. 김치는 담가야겠는데... 배춧값 떨어지길 기다리다 기다리다...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김장김치 조금 남은 것 볶아서 먹다가 파릇한 무엇이 없으니 식탁은 생기 잃은 갈색으로 오이무침도 반가운 날이 되었다. 그러던 중 동네에 마트가 하나 더 생겼다. 괜히 할인행사를 해서 무슨 일이지? 했다가 아래쪽에 마트가 생겼단 소리에 그랬구나! 어쩐지, 덕분에 미끼(?) 상품 몇 개씩은 예전 가격으로 돌아가고 있어 반가웠다. 우연히 과일 사러 갔다가 세상에 열무가 두 단에... 3000원이어서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어보았다. 대신 짝수로 사가..
낭군이 퇴근하며 손에 무엇을 들고 옵니다. 그런 일이 잦아서 여쭈었어요. "요즘 당신 일터에서 성과가 좋은가 봐?" 저녁을 먹으며 이야길 해줍니다. 다른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여러 가지 했어도 병명이 나오지 않아 먼 거리임에도 왔다고 하네요. 별일 없다는데 오줌에서 피가 계속 나오다고요. 아무래도 결석 같아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희미하게 무엇이 보이긴 했어도 장담할 순 없었다 합니다. 이해가 잘 가도록 사진 한 장 빌려왔습니다. 이 사진은 시술이라고 하여 오줌이 가득 찬 방광을 외부에서 눌러주므로 결석이 요도를 통해 나오는 장면입니다. 이렇게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으면 비용이 저렴하고 회복도 빠르겠지요. 아마 몸집이 작은 개에 해당할 것 같아요. (궁금하지만 다시 이러저러 질문을 못했어요.) 문제의 개는 ..
이맘때가 되면 밥 주우러 가고 싶다. 거리가 있어도 친구 얼굴도 볼 겸 밤 줍는 재미와 수확이 뿌듯해서 자꾸 어른거린다. '가고 싶으면 가야지!' 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간 것뿐인데 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길 찾기를 해보니 2시간 29분으로 나오는데 왜 그리 오래 걸렸을까?)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 여겼지만 오후 1시가 넘어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2시쯤 시작했을 것이다. 평소에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어... 밤 줍고 온 다음날은 온몸이 찌뿌둥하기도 한다. 그러니 대비하는 차원에서 6시 15분에 일어나 스트레칭 좀 하고 아침 챙겨서 먹은 후 시간이 남아 청소도 하고 커피 한잔하고서 여유롭게 집을 나섰는데 서울에서 전주 가는 시간만큼 걸렸다. '기분이 갈아앉았으나 왔으니 밤은 주워가야지!' 밤골에서 움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