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사러 갔는데 아저씨가 자꾸 알타리무를 사란다. 예정에 없던 일을 하면 몸이 피곤해서 망설여지는데 오전에 갔으니 할인할 이유가 없었을 테지만 전날 팔고 남은 것일까 다섯 단에 5000원으로... 말도 안돼 했다가 무가 연해 보이고 헐값이라 한 박스를 배달시켰다. 배추 다음으로 열무와 얼갈이를 담거나, 물김치로 동치미를 좀 해볼까 했는데 알타리라니... 밥상에 구색은 맞겠다며 무가 커서 그대로 담으면 익을래도 시간이 걸려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하려다 맛없게 보일까 봐 보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무청을 좋아하지만 연한 부분만 남기고 다듬었더니 음식물 쓰레기가 자그마치 4kg이 나왔다. 대파만 있어서 실파 사러 한번 더 내려갔다 오고 느닷없는 김치에 내내 서서 했더니 다리가 묵직하였다. 통 하나에 총..
배추를 사러 간 것이 아니었는데 마트 뒷문으로 들어가 계산하고 앞문으로 나오니 배추가 실해서 마침 담글 때도 되었기에 3 포기만 카트에 담았다가 6 포기를 할까 망설이는데 지나가던 처음 본 아주머니가 배추가 좋으니 6 포기 하라고 강조하셨다... ㅎㅎ "그럴까요?" "장마에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래서 마트에 다시 들어가 쪽파와 무를 실어 배달시켰는데 쪽파 뿌리가 동글동글 야무지며 얼마나 탐스러운지 이맘때만 볼 수 있는 쪽파 장딴지 모습에 김치가 맛있을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들어가는 양념을 최소화했다. 부추도 넣지 않았다. 배추를 절인 후 저녁 하기 전에 김치양념을 모조리 해서 김치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일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며 6 포기 하길 잘했다.^^ 사실 오늘 이야기할 것은 음식 이야기가 아..
봄날의 연약한 쑥은 아니지만 햇빛과 바람으로 통통하게 올라온 쑥이라 보약으로 더 좋을 것 같았다. 수확하며 비닐에 꾹꾹 눌러 담아 뜨거워서 떴을까? 보라나 검은빛으로 변한 쑥이 더러 있었다. 삶아 맛을 보니 질긴 편이라 좀 더 시간을 둘 것을... 하지만 오래 두면 또 색이 파랗지 않아 덜 질기게 하려고 도마에서 짧게 잘라 절구에 찧었다. 찧은 쑥을 향기가 좋을 때 얼른 해 먹어야 하는데 요즘 밥솥의 패킹이 느슨해졌는지 밥알이 우수수 떨어져 김치냉장고에 며칠 보관하다, 찹쌀이라 괜찮겠다며 쑥이 상할까 봐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자리를 폈다. 밥 하는 동안에 쑥을 조금씩 덜어 전자레인지에 소독 겸 연해지기를 바라며 데우고 다시 한번 절구에 찧었으니 쑥은 질길 수가 없었다. 찰밥은 1kg 정도로 두 번 했으며..
장마가 오기 전에 솜 틀기를 하였다. 요가 납작해지고 몸무게는 늘어나는데... 솜이불이 점점 무겁게 느껴져 커다란 숙제였다.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겠고, 요즘 솜 틀기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어느 날 누가 던져놓고 간 명함이 현관 앞에 떨어져서 무척 반가웠다. 내내 갖고 있다가 알맞은 시절이다 싶어 전화를 해보았다. 솜 트는 집이라며 아줌마가 받아 기뻤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방문시간 약속을 하고, 어떤 상태로 솜을 놔둬야 하냐고 여쭈니 그냥 쓰던 그대로 두란다. 실어 간다니까 부담이 적었는데 이불장을 보여주기는 부끄러워서 솜이 들어 있는 것은 모조리 마루에 꺼내놓았다. 솜이불이 두꺼워 버리려고 한 것도 못 버리고 이참에 상담했더니 이불 3채가 나온다네? 와아~~~ ^^ 이불보도 직접 만든다며 요나..
"일주일 후에 제사가 있으니 그때나 오너라!"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뵙지 않으면 섭섭할 것 같아 은행에 들러 예전에 살 던 곳으로 향했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추어탕집이 있어서다. 한 김 식힌 추어탕을 얇은 비닐그릇에 담아주었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며 언뜻 내려다보니 그릇이 일그러져 그냥 들고 갈까 하다 불안하여 가방에 넣으려는데 사과와 참외를 위에 얹기가 조심스러웠다. 열기에 삶아지면 어쩌나 염려되었고 탕을 덮은 비닐이 더위에 점점 부풀어 올라 과일 무게 때문에 터질까 싶었다. 다행히 지하철에서 앉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무릎이 따스해서 좋더니만 마스크도 썼겠다 갈수록 따땃해지다가 덥기 시작했는데 음식이라 바닥에 내려놓기는 뭐해서 땀 몇 줄기 흘리며 찜질방 체험을 한 셈이지만 버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