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부모님 댁에 갔더니 아버지께서 주실 것이 없다며 옷을 내놓으셨다. 손수 뜬 옷이라며 빨아 입으라는데 언뜻 내 기억에 엄마가 뜨개질하시던 모습은 50대 셨어서 강산이 몇 번은 변하지 않았을까? 순간 마음이 묵직해졌다. 엄마의 손뜨개에 뭉클함이 일었던 것은 아니고 무엇이라도 주시려는 마음은 알겠는데... 입지 않으면 버리는 세상이라 솔직히 짐스럽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입술로는 '아니요'라는 말이 새었지만 청각이 나쁘신 아버지께서 못 들으셨는지 멈칫하던 중 거듭하여 말씀하셔서 그러겠다고 마음 없이 대답해 드리고는 세월이 흠씬 묻어난 묵직한 옷을 마지못해 가방에 넣었다. '재활용을 해야 하나!' 당시에는 오자마자 처리할 것 같았어도 고민 아닌 고민이 되어 옷을 펼치고 살펴보았다. 어디 구멍 난 곳..
수세미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뜨게 되었다. 뭘 하는지 미리미리가 안된다.^^ 앉아 있으면 10개도 금방 완성하는데 어쩌다 책 읽어야지, 마트에 다녀와야지, 다녀오면 반찬 해야지, 햇볕 쬐며 산책해야지, 골든 걸스와 싱어게인 노래 들어야지, 신문 봐야지, 일기 써야지, 빨래해야지, 가끔 친구 만나야지, 꽃 하고 놀아야지, 부모님 만나 뵈야지, 피곤할 때 낮잠도 자 둬야지...ㅎㅎ 그런데 앉아서 뜨기 시작하니 다른 일들이 저절로 물러나 명상하는 듯 편안하였다. 이왕이면 순간이나마 밝아지려고 노랑 분홍으로 했다가 요번에는 갈색과 하늘색이 있어서 조화가 맞을까? '수세미인데 잘 닦기면 그만이지 안 그래?' 배색은 일부러 한 것이 아니고 실이 떨어져서인데 하나의 색으로 뜨는 것보다야 심심치 않았고 가을 겨울색에 ..
김치가 익으니 헤퍼서 푹푹 들어갔다. 총각김치는 익느라 시간이 걸려 이제 시작이지만 다발무로 담근 깍두기를 다 먹었고... 도시락을 싸지 않아 배추김치를 덜 했더니 김치찌개 해 먹을 것도 없을 듯하여 쌀 사러 갔다가 배추 3 포기와 다발무 1단을 배달하였다. 대부분의 물가가 비싸졌는데... 김치 담그는 사람이 적어서 배춧값은 내려가 3 포기에 5980원이었다. 세상에 맛있는 배추가 한 포기에 2000원이었던 것이다. "요즘은 채소가 항상 나오니 때마다 담가 먹지?" "모르시는 말씀!" 조금씩 담그면 힘은 덜 들지만 번거롭고... 날 추우면 누가 하고 싶을 것인가! 3 포기라 배춧잎을 떼어 절이기 쉽게 하려다가... 썰어서 먹는 것은 같아 쪽으로 소금을 적게 넣어 하룻밤을 두었다. 배추 두 망보다 쪽파 엇..
고무나무가 너무 잘 자란다. 열대지방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잘 자라지? 세 번째 잘라서 물꽂이를 하고 있다. 더 이상 크면 화분 옮기기 어려워 그만 컸으면 해서다. 동글동글 참 귀엽다. 물에 꽂아 놓은지 두 달쯤 지났을까. 뿌리마저 실하게 자라 놀라웠다. 생명력이 철철 넘쳐 옆사람도 힘이 나게 만든다. 요 녀석이 두 번째 물꽂이 한 고무나무다. 물꽂이 상태로 오래도록 두었다가 화분이 생겨 흙에 심어줬더니 신이 나 잎을 쑥쑥 내밀었다.. 물마저 무심하게 줬는데 뭘 먹고 자랐을까? 심을 때 알비료나 줬을지 가물가물... ㅎㅎ 기특하였다. 시집이라도 보낼까 마음 먹었으나 고무나무라고 별 인기가 없었다. 군더더기 없는 초록으로 말끔하고 의젓하지 않나? 생장점 윗부분이 흙에 심어준 후 여름부터 자란 부분이다. 이사..
방을 트면 넓게 써서 좋지만 이중창이 아니라 북쪽에 놓인 문간방에는 찬바람이 솔솔 불었다. 여름에는 시원한 맛에 그냥 살았는데 요번 겨울에 우리도 뽁뽁이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비닐을 사러 가자니 부피가 있으니까 택배로 주문하자고 하여 25000원 정도가 들었을 것이다. 뒷산에 다녀오니 방 창문에는 했다며 자랑을 한다. "와우~~ 바람이 없어 훈훈하네?" 진작에 할 것을 그랬다고...ㅎㅎ 멀리 경기도에서 결혼식이 있어서 김장에 이어 피곤했기에 잠시 누웠는데 밖에서 무엇을 하는지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비닐이 많이 남아 다른 창문에도 하려고 재단을 했단다. 준비물로 줄자는 재단할 때, 커터칼과 막대자, 물뿌리개, 마른 수건이 필요했다. 아참, 물휴지도 시작 전 창문을 닦으며 요긴하게 쓰였다. 언뜻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