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산을 가볍게 한 바퀴 돌며...... 먹을 수 있는 풀들을 손으로 뜯어 일일이 맛보고 한줌 들고 왔다. 들꽃이야 간혹 이름을 알기도 하지만 나물은 쑥이나 알까 말까 맹숭이어서... 혼자 갔으면 나물 캐는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비꽃 종류도 먹는 잎이 있었다.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다음에는 이것저것 보이기도 했는데 이름은 여전히 가물가물하다. 인진쑥의 맛은 사정없이 썼으며 대부분은 향긋하고 달콤한 맛에 시큼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종류가 그러니까 한~~~15가지는 되었을 것이다. 한꺼번에 몽땅 삶으면 쓴맛 나는 잎 때문에 서로 간에 씁쓸함이 밴다고 하시기에... 삶지 않고 갓 씻어 푸릇한 비빔밥을 해먹어보자고 돌아오며 기대에 찼었다. 허나, 집에 돌아와 씻어놓기라도 한다며 식탁위에 펼쳤을 때...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 잠시 뒤돌아서 받았는데 돌아서니 바늘이 보이지 않는 거야. 실이 달려있었고 옆에 고양이가 있었거든, 아무래도 먹은 것 같아!" 병원에 가야 할지 물어봐 달라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젯밤에 일어난 일인데 아침에 응가를 봐도 나오지 않았다며... 걱정이 가득해서 그런지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세상에, 바늘을 먹다니....." "아침은 먹었고?" "응..." 뾰족한 바늘을 먹었는데 아침을 먹다니 일단 놀라웠다. 뱃속에서 꾹꾹 찌르지 않을까, 괴로울 텐데... 고양이가 참 느긋한 것인지, 감각이 둔한 것인지... 바늘은 보기만 해도 먹기가 질리지 않겠나! 낭군에게 전화를 해보니,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꼭 찍어봐야 한단다. 저절로 나올 수도 있지만 드문 일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