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나무에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동네 울타리가 혹시 편백나무 아닐까? 하여 여태껏 한 번도 꽃을 본 적이 없기에 며칠간 눈을 크게 뜨고 다녔다. 나무가 심어져 있는 100m 가량을 느리게 걸으며... 이것이 꽃인가, 열매인가? 근처에 가면 향기가 폴폴 날 줄 알았으나 향기는 없었다. 다만, 잎을 조금 뜯어 문지르면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침엽수와 비슷한 향기가 났다. 첫날은 꽃은 찾지 못하고... 대신 씨앗을 발견했기에 무지 행복했다. 잎 뒤에 Y자 무늬가 있어야 편백나무라는데? 둘째 날에야 꽃을 발견했지만 긴가민가하다...ㅎㅎ 잎과 비슷한 색깔의 꽃이였으며 갈색의 수꽃들이 사이좋게 붙어있었고 끝부분에서만 보였다. 아주아주 자그마해서 꽃이 있으리라고 확신하니 보였지 그냥은 지나쳤을 것이다. 수꽃들은..
"> > 졸업한 초등학교의 현재 교장선생님께서... 퇴직하시기 전에 총동문회를 만드시겠다며 선배님이나 후배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관심과 열정을 쏟고 계신다. 당신은 2년 밖에 남지 않으셨다는데... 한쪽에서는 2년이면 충분하지 않겠느냐? 살던 집, 바로 뒤가 다니던 초등학교였고 집에서 아이들 가르친 것이 15년 정도 되니까. 이 아이들이 모조리 후배였으니... 누구보다도 졸업생들을 많이 알고 있지만... 이제 한참 사회생활에 접어들었거나 재미나게 대학생활을 할 시점이라 20~30대 층이 전혀 얼굴을 나타내지 않아서 참석하신 분들은 연세가 있으시거나... 중간에 낀 우리졸업생들, 그리고는 뚝 끊어져 마치 꼬리 잘린 도마뱀처럼 뭉뚝한 모습이었다. 행여, 교장선생님께서 같은 동문이셨으면 좀 더 자연스럽게..
며칠 전 노란 수건 3개가 나에게 전해졌다. 1981년 5월 23일 체육대회행사 때 받은 수건이었다. 그러니까 자그마치 서른 살이 넘었네...ㅎㅎㅎ... 아버님이 직장 다니실 때 체육대회 끝나고 타온 수건으로 어머니께서 상자에 넣어두신 것을 이제야 발견하셨단다. 문득, 아버님께서 보고 싶다며 전해주셨을까? 북극곰아찌는 만나기 前이었고... 낭군 성격이 조용한 탓도 있지만 결혼을 하고서야 아버님이 대기업에 다니셨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결혼한 시기에 요즘으로 말하면 명예퇴직을 하신 듯하다. 한 달 보름 만에 어린 병사들 틈으로 낭군은 떠나고.... 이렇다 할 살림준비 하나 없이 시집가서 친정에 간다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보내다가... 시댁 형편이 어떠셨는지 자세히 몰랐지만 어느 날 용기..
낭군이 멋쟁이구두라고 골라준 15년쯤 된 구두다. 그동안 기껏 해봐야 열 번 정도 신었을 텐데... 가장 최근에 신은 것이 언제인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결혼식장에 가려고 치마와 어울릴 구두를 찾았다. 굽이 제법 있어서 걱정되었지만 이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더니... 키가 흠씬 커져서 멀리 보이고 넓게 보이고 훤하게 보였다. 부자연스러울까 봐 허리를 펴고 모델처럼 선 따라 걸어보는데... 얼만큼 지나자 아스팔트길에 못이 부딪히는지 '딱딱딱'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발걸음이 이상해서 그런가?' 한적한 곳에서 신발 한 짝을 살펴보니, '앗! 부끄러워라!' 굽이 반쯤 떨어져 나가 이빨 빠진 모습으로 휑하지 않겠나! '느낌이 전혀 없었는데......' '그렇게 둔했을까? 그럼, 다른 한 쪽은???' 역시나 삼..